‘교회’에 관심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책을 읽으라
‘교회’에 관심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책을 읽으라
  • 정한욱
  • 승인 2019.09.26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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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버리 덜레스, 교회의 모델, 한국기독교연구소

예수회 사제이자 추기경인 저자 에버리 덜레스는 이미 현대 교회론의 고전 반열에 오른 이 책에서 개신교와 가톨릭을 포함한 현대 교회론 연구가들의 저술에서 그가 ‘모델’이라 부르는 다섯 개의 중요한 유형 - 제도, 신비적 교제, 성례전, 사신, 종 - 을 도출해 각각의 특징과 장단점을 서술해 나간다. 저자는 이러한 방식이 다른 모델에 의해서는 제대로 밝힐 수 없는 교회의 특정 측면에 대해 주목하도록 하며, 특정한 사고 방식의 한계를 뛰어 넘어 다른 모델을 채택하는 사람들과 효율적인 대화를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균형 잡힌 교회론은 이러한 여러 모델들이 제시하는 주요한 주장들을 통합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아나뱁티스트들의 주장과 유사하게 교회를 일종의 대안 사회(alternative society)로 간주하는 ‘제자들의 공동체’를 자신의 교회론으로 제시한다.

이 책을 읽는 일은 어려웠다. 일단 ‘성례전’ 같은 가톨릭적인 교회 모델은 이해 자체가 쉽지 않았다. 저자가 자주 인용하는 낯선 가톨릭 신학자들이나 가톨릭교회의 교서 및 헌장들의 존재 역시 편안한 독서를 방해한다. 또한 2차 바티칸 공의회와 에큐메니컬 신학의 관점에 서서 교회의 잠정성과 다양성 그리고 풍부함을 긍정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가톨릭 신학의 교회론 전통 안에서 논지를 전개하는 저자의 서술을 쫒아가는 일도, 주로 개신교 전통에 근거해 신학적 이해를 키워 온 독자라면 그다지 편안하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제한된 교회 이해를 확장시키고 교회의 갱신을 위한 유용한 통찰을 제공할 수 있는 유명한 다섯 가지 ‘교회의 모델’을 만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교회’에 관심 있는 그리스도인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이 유명한 책을 간단히 요약하여 교회 공부의 밑거름으로 삼기로 한다.

 

요약

교회의 모델    교회는 인간들의 사회로 조직된(제도적 모델) 은총의 교제이다(교제 모델). 교회는 그 구성원들을 성화시켜 가며 하느님께 예배와 찬양을 드린다(성례전 모델). 교회는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해야 하는 책임과(사신 모델) 인간의 공동체를 치유하고 강화시켜야 하는 책임(종 모델)을 항구적으로 가진다. 제도적인 모델에서는 공적인 교회가 그리스도의 권위를 갖고 가르치고 성화시키며 다스린다. 교제 모델에서는 교회가 하느님 나라의 궁극적인 완성을 향해 자라가는 하느님의 백성 혹은 그리스도의 몸으로 이해된다. 성례전적 모델에서는 교회를 그리스도의 은총이 인간 공동체 내에 가시적으로 드러나는 것으로 본다. 사신 모델에서는 교회는 복음을 세상이 겸허히 청종해야 하는 하느님의 메시지로 선포하는 권위적인 역할을 담당한다. 종 모델에서 교회는 화해와 저항과 봉사와 치유를 통해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알리는 타자를 위한 공동체이다.

제도로서의 교회     교회에 대한 제도적 견해(institutional vision)에 따르면 교회는 어떤 다른 것에 종속되거나 혼합될 수 없는 “완전한 사회”이자, 그리스도에 의해 제정된 성례전과 성직 제도를 갖춘 구원의 제도이다. 교회의 기능은 ① 자격을 갖춘 교사에 의해 행해지는 가르치는 일과 ② 성례전을 통해 주어지는 성화시키는 일 ③ 정식으로 임명된 성직자들에 의해 행해지는 통치라는 세 가지다. 또한 교인이란 ① 공인된 교리를 고백하고 ② 적법한 성례전에 참여하며, ③ 정식으로 임명된 성직자들에게 복종하는 사람이다. 이 모델에서 교회의 수혜자들은 교회 자체의 교인들이며, 목적은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제공하는 것이다. 과거 로마 가톨릭의 지배적 견해였던 이 견해는 기독교의 시작에서부터 이어진 요소들을 강조함으로서 안정성을 제공한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성서와 초대교회 전통에서 근거가 빈약하고, 평신도를 수동적 위치로 격하시키며, 창조적이고 효율적인 신학에 장애가 될 뿐 아니라, 시대의 요청에 부응하지 못한다.

신비적 교제로서의 교회     이 모델에 따르면 교회란 가시적 사회나 구원의 제도가 아니라, 구원의 공동체이며 사람들 간의 순수한 교제다. 이 모델에서 일차적으로 결속의 끈이 되는 것은 신조 · 예배 · 교회적인 친교라는 외적인 끈들이 아니라, 성령에 의해 주어지는 그리스도의 화해시키는 능력이다. 이 모델의 수혜자는 교인들 즉 초자연적인 신앙과 사랑에 의해 생명을 부여받은 사람들이며, 교회의 목표는 거룩하신 분과 교제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 개념은 성서적 개념에 견고하게 기초를 두고 있으며, 인격적 관계를 강조함으로서 기도 생활과 영성을 부흥시키는 데 도움을 줄 뿐 아니라, 인간적인 곤경에 해결책을 제공해 줌으로서 오늘날 커다란 호감을 얻고 있다. 그러나 교회의 영적 차원과 가시적 차원의 관계를 해명하지 못하고, 선교적 사명에 대한 동기를 부여하지 못하며, 친밀하고 상호 인격적인 모임과 은총의 신비한 교제라는 이해 사이에서 갈등이 유발될 수 있다.

성례전으로서의 교회    20세기의 가톨릭 신학자들이 선호하는 이 모델에 따르면 교회란 성례전, 즉 불가시적인 그리스도의 은총이 세상 속에 실재한다는 가시적 상징이요 징표다. 제도적 견해의 가르침과 다르게 교회는 그 안에서 작용하고 있는 그리스도의 은총이 교회의 행위를 통해 구체화되는 경우에만 참 ‘교회’가 된다. 성도는 예수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하나님의 은총을 증언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며, 결속의 끈은 기독교 신자들 속에서 작용하는 그리스도의 은총을 보여주는 가시적이고 사회적인 징표들 전체이다. 수혜자는 교회와 밀접한 관계를 가짐으로서 자신들의 신앙을 규명하고 살아내는 모든 사람들이며, 목표는 그리스도의 은총에 대한 인간들의 응답을 강화하고 다듬는 것이다. 이 모델은 가시적 교회의 중요성을 무시하지 않으면서도 제도적 교회의 한계를 초월해 이루어지는 하느님의 은총의 활동을 파악할 수 있고, 전통적인 신학의 주제들과 교회론을 통합시켜 준다. 그러나 성서와 초기 기독교 전통 속에서 빈약한 근거밖에 가지지 못하고. 세상을 항한 봉사의 사명을 경시하는 편협한 성례전주의가 되기 쉽다.

사신으로서의 교회     개신교에서 지배적인 이 모델은 교회를 본질적으로 그리스도의 주권과 도래할 왕국에 대한 사신(herald), 즉 공식적인 메시지를 선포하는 임무를 갖는 자로 이해한다. 이 교회론은 이 세상의 교회와 종말론적 실재인 하느님 나라를 날카롭게 구분하고, 성례전이나 인간 상호간의 관계보다 말씀의 선포를 더 강조하며, 교회도 하느님의 말씀에 따라 형성된 것으로 이해한다. 이 교회론에서 교제의 끈은 복음의 응답, 즉 그리스도 사건의 선포에 대한 응답인 신앙이며, 전체 교회의 일치는 개개의 교회들이 하나의 동일한 복음에 응답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나타난다. 수혜자는 하느님의 말씀을 듣고 예수를 주와 구주로 믿는 사람들이며, 목표는 말씀을 전하는 것이다. 이 모델의 장점은 성서적인 기초가 탄탄하고, 복음을 전하는 교회에게 사명감과 정체성을 제공해 주며, 하느님의 주권을 강조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배타적일 정도로 증언에 집중한 나머지 그 말씀의 성육 또는 행동을 무시하게 된다는 점은 한계라고 할 수 있다.

종으로서의 교회    이 모델에 따르면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 즉 고난받는 종이어야만 하며, 종된 교회여야 한다. 교회는 말을 통한 설교와 선포에 의해서만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인 행동에 의해서, 즉 화해시키는 일과 상처를 싸매는 일과 고난 당하는 봉사와 치유 등의 사역에 의해서도 하느님 나라의 도래를 알리며, 주께서 타자를 위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교회도 ‘타자를 위한 공동체’(community for others)가 되어야 한다. 이 교회론에서 그리스도인은 이웃에서 봉사하는 일에 예수와 나란히 ‘타자를 위한 사람’으로 부름받은 사람들이며, 결속의 끈은 교리나 성례전적 교제와 같은 전통적 끈이 아니라 세계를 향한 기독교적 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러나오는 형제 의식이다. 수혜자는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며, 일차적 사명은 교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도움을 베푸는 것이다. 이 모델은 교회가 처한 새로운 상황에 적실성이 있고 현대 세계의 필요에 적실하게 반응할 수 있지만, 직접적인 성서적 근거가 없다는 점이 약점이다.

모델들에 대한 평가    모델들에 대한 평가를 위해 필요한 기준은 (1) 성서에 기초를 둘 것 (2) 기독교 전통에 기초를 둘 것 (3) 교인들에게 공동체적인 정체성과 사명감을 제공해 줄 수 있을 것 (4) 기독교인들이 일반적으로 높인 평가하고 있는 미덕이나 가치를 장려할 것 (5) 현대인의 종교적 경험과 일치하는 것 (6) 신학적 효율성이 있는 것 (7) 교인들로 하여금 교회 밖에 있는 사람들과 성공적으로 관계를 맺게 해줄 수 있는 것 등이다. 이러한 기준에 상대적인 강점을 가지는 모델들은 표2와 같다. 그리고 각 모델들의 장점과 단점은 표3에 잘 요약되어 있다. 미래의 교회 형태들은 (1) 구조의 현대화 (2) 교회 일치적인 상호작용 (3) 내부의 다원주의 (4) 잠정성 (5) 자발성의 측면으로 변화하게 될 것으로 예측할 수 있다. 교회가 어떤 모습에 될지는 사람들의 응답에 달려 있으나,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성령의 우선권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저자의 교회 이해    교회와 하느님 나라의 대조는 옳지 않으며, 교회는 마지막 때에도 사라지지 않는다. 천국은 미래에 존재하는 것일 뿐 아니라 성도들 사이에 바로 현재에도 존재하며, 교회는 천상의 기쁨을 이 땅에서 미리 보여주면서 완성을 향한 도상에 있는 하느님의 순례 백성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는 이 땅 어떤 곳에서도 완전히 실현되지 않으며 현존하는 모든 교회적 조직체는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의 불완전한 형태일 뿐이다. 교회의 단일성과 보편성은 언제나 그리고 모든 경우에 여전히 성취되어 가는 과정에 있으며, 이는 제도적 통합이 아닌 전체 공동체의 끊임없는 회심에 의해 이루어진다. 신약성서는 제의적 기능을 위해 특별히 임명된 공직자들이 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밝히고 있지 않으나, 교회는 매 시대마다 자신이 처한 환경 혹에서 좀 더 효율적으로 활동하기 위해 자신의 구조와 직무를 조정해 왔다. 계시가 없다면 신앙이나 예배 교회는 존재할 수 없으며, 계시란 신비, 즉 인간을 향한 하느님의 신비한 자기- 소통의 한 측면이다.

제자들의 공동체     교회의 모든 측면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상위 모델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나 저자는 신약성서나 성서학자들에 의해 재구성된 예수의 지상 사역에 근거하여 ‘제자들의 공동체’라는 모델을 제안한다. 이는 교제 모델의 변형으로 교회를 일종의 대안 사회(alternative society)로 간주한다. 흥미롭게도 아나뱁티스트들의 교회론과 유사해 보인다. 전체 문화가 기독교적 가치들에 거의 아무 지지도 보내지 않는 오늘날과 같은 시대에는 교회가 원래 그랬던 것처럼 자기 자신을 대조사회로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는 교회의 교제가 단순히 서로를 지원하고 격려하기 위하여 존재한다는 인상을 심어주는 것을 막아준다. 또한 이 모델은 교회의 주가 되시며 당신의 영을 통해 계속 교회를 인도하시는 그리스도와 교회가 갖는 영원한 관계에 관심을 갖게 한다. 그러나 ‘제자들의 공동체’ 역시 하나의 모델에 불과하다. 종 · 성례전 · 신비한 몸 · 제도 같은 다른 이미지나 모델들은 여전히 우리로 하여금 교회가 주님에 의해 세워지고 그의 영에 의해 생명을 부여받은, 유기체적이고 법률적으로 제도화된 공동체라는 점을 깨우쳐주기 위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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