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성경”과 “낮은 자의 예수님”을 소개하는 도우미
“낯선 성경”과 “낮은 자의 예수님”을 소개하는 도우미
  • 정한욱
  • 승인 2019.09.30 0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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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문, 신현욱 그림, 중근동의 눈으로 읽는 성경(신약편), 선율

지난 30년간 성경이 쓰인 중근동 세계에 머물며 성경 인물들이 살았던 곳의 눈으로 성경을 공부하고 나눠온 김동문 선교사는 성경의 세계와 내가 살고 있는 이 자리 사이에는 커다란 간격이 존재하며, 성경읽기란 그 간격을 좁혀가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그리고 이 책에서 예수와 바울이 걸었던 길을 걷고 또 걸으며 점차 깨닫게 된, 잘 알려진 신약 성경 이야기들의 심층에 감추어진 당대인들의 생생한 삶의 자리로 우리를 안내한다. 저자의 말을 빌자면 이 책은 “성경 속 사건이나 대화를 처음 접했을 사람의 자리에 서서 그들의 반응을 떠올려 본 묵상"이자, “성경 배경에 대한 사전 이해가 없는 이들도 그 이야기 속에 같이 들어갈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조그만 창"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누가 아들이 생선을 달라 하는데 뱀을 주며, 알을 달라 하는데 전갈을 주겠느냐“라는 누가복음의 본문에서, 고급 식재료였던 생선과 알로 자녀들을 배불리 먹이고 싶은 가난한 부모의 아픔 가득한 삶의 현장으로 우리를 이끌어 가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술 취하지 말라“는 바울의 가르침에서 ‘무엇을 먹을까 무엇을 마실까’를 고민할 여력이 없던 이들과 누군가의 술 취함을 위해 자신의 삶을 희생해야 했던 이들을 떠올리며, 더 이상 이 본문의 해석이 ‘금주냐 음주냐’의 논쟁에만 머물러서는 안된다고 말한다. 또한 절대다수의 하층민들에게 신전이나 성소가 허락되지 않았던 시대에 선포된 “우리가 하나님의 성전”이라는 바울의 말에는 낮고 소외되고 미련하고 어리석은 이들을 위한 하나님의 마음이 가득 담겨 있다고 강조한다.

결국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만나게 되는 예수님은 가난하고 소외된 자들의 삶의 현장으로 직접 찾아가셔서, 그들의 눈으로 세상을 보시고 그 마음을 위로하시며 그들에게 구원을 베푸시는 “낮은 자의 예수님”이시다. 차분하지만 명료한 목소리로 이 예수님을 설파하는 저자의 해설과 이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현해 낸 신현욱 목사의 재치 있는 그림은 관성적 성경읽기로 무뎌진 우리의 마음을 흔들기에 충분하다. 오랜 교회생활로 성경의 모든 본문이 “그 말이 그 말”처럼 느껴지는 분들이라면, 이 책과 함께 “낯선 성경”과 “낮은 자의 예수님”을 만나기 위한 신약 시대로의 시간 여행, 공간 여행을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이 책의 성경읽기에 흥미를 느끼는 독자라면 저자의 다른 책인 『오감으로 성경읽기』도 한번쯤 읽어보기를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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