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막눈도 알아 먹도록 전해진 성경
까막눈도 알아 먹도록 전해진 성경
  • 김동문
  • 승인 2019.08.10 03: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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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며 성경읽기 - 성경은 듣는 책이었다

드라마를 보다 문득 성경 본문이 떠오른다. 글을 알아야만 성경을 알 수 있는 것일까? 글을 읽는다고 그것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조선시대는 물론 한글이 많이 사용되던 대한제국 시대나 일제 치하에서도, 그리고 해방 이후에도 우리 사회에는 글을 읽지도 쓰지도 못하는 이가 적지 않았다. "1945년 한국인 중 78%가 문맹이었는데, 1958년 조사에서 문맹률은 4.1%로 급감했다." 지금도 글을 모르는 이는 여전히 존재한다. 그런데 글을 읽고 쓴다는 것이 글을 읽고 쓰고 이해할 수 있고, 설명할 수 있는 것과는 다른 측면이 있다. 마치 영어를 읽고 쓴다고 하여 영어를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 것과는 별개인 것처럼 그렇다.

MBC 예능 <가시나들>

이제 성경 이야기로 들어간다. 성경 시대는 신구약 시대 할 것 없이,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권이건 나일 문명권이건 관계없이, 우리보다 더 한 문맹으로 넘쳐났다. 공교육이 따로 존재하지 않았고, 가난한 백성이 대다수였던 시대이다. 시대와 학자마다 차이가 있지만, 고대 이스라엘 백성의 문자 해독율이 2, 3 퍼센트를 넘지 못했다. 글을 깨우친 비율이 2, 3퍼센트라고 하여도 이들의 문해력이 자유스러웠던 것도 아니다.

MBC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중에서

그런 시절에, 그런 백성에게 기록된 성경은 어떤 의미를 지녔을까? 기록된 성경 두루마리조차 한 번도 본적도 들어본 적도 없던 백성은 또 얼마나 되었을까? 성경이 말하는 성경 시대는, 글을 깨치고 나서 문장의 뜻을 깨우치도록 하는 문자 교육을 통해 성경 메시지가 전해진 것이 아니었다. 몇 몇 본문을 살펴본다. 글을 깨우친 이가 백성들이 들을 수 있도록 이야기로 전달해주었다는 것을 엿볼 수 있다.

여호와의 전에 올라가매 유다 모든 사람과 예루살렘 주민들과 제사장들과 레위 사람들과 모든 백성이 노소를 막론하고 다 함께 한지라. 왕이 여호와의 전 안에서 발견한 언약책의 모든 말씀을 읽어 무리의 귀에 들려 주고 (역대하 34:30)

그러므로 모든 계시가 너희에게는 봉한 책의 말처럼 되었으니, 그것을 글 아는 자에게 주며 이르기를, 그대에게 청하노니 이를 읽으라 하면 그가 대답하기를 그것이 봉해졌으니 나는 못 읽겠노라 할 것이요 (이사야 29:11)

MBC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중에서

지난 7월 중순(17일)부터 MBC에서 방영중인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1회차는 많은 사람들 앞에서 책을 읽어주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책을 읽어준다는 것이 그냥 감정없이 읽어내는 것이 아니라, 마치 변사처럼 그 책의 내용을 실감있게 전달해주는 장면이다. 마치 성경 속 이 본문 풍경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예루살렘성) 수문 앞 광장에서 새벽부터 정오까지 남자나 여자나 알아들을 만한 모든 사람 앞에서 읽으매 뭇 백성이 그 율법책에 귀를 기울였는데 (느헤미야 8:3)

MBC 드라마 <신입사관 구해령> 중에서

오늘 우리의 성경 읽기를 돌아본다. 성경을 알기 위한 우리의 모습은 어떠한가? 글로 쓰여진 성경을 눈으로 읽게 하고, 그 글을 깨우치도록 가르쳐서 알게하는 것, 그것이 성경을 읽는, 성경을 가르치는, 성경을 전달하는 모든 것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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