탁월하고 유익한 과학교양서
탁월하고 유익한 과학교양서
  • 정한욱
  • 승인 2019.08.03 13:2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민의 '슬기로운 화학생활', '사이언스 빌리지'
김병민, 사이언스 빌리지, 동아시아, 2016년

『사이언스 빌리지』와 『슬기로운 화학생활』은 화학공학을 전공한 현직 과학자이자 과학의 대중화를 위해 힘쓰는 교양과학 칼럼니스트인 저자가, 호기심 많은 아이의 질문과 과학자인 아빠의 대답이라는 형식을 빌어 써낸 교양과학서다. 이 책에서 아빠와 아들은 주변에서 흔히 관찰되는 사소한 현상과 사물에 대해 끊임없이 질문과 대답을 주고받으며 그 배후에 있는 과학적 원리를 깨우쳐간다. 그리고 그 깨우침을 바탕으로 상상의 나래를 펴면서 또다른 질문을 제기한 후 다시 함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반복한다. 이러한 아빠와 아들의 모습은 “인간의 기본 욕구인 호기심으로 ‘질문’을 만들고, 타인과의 소통과 상상을 통해 답을 찾으며, 이를 통한 성취감과 즐거움을 통해 인류의 발전을 이뤄 왔던” 과학함의 본질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사이언스 빌리지』가 주로 물질의 근원과 함을 다루는 물리학, 그중에서도 ‘빛’을 다루는 광학이나 전자기학을 중심으로 과학 전반을 다루고 있다면 『슬기로운 화학생활』은 주로 물리화학과 고분자화학 그리고 생화학과 전기화학 등 물질의 생성과 변화를 다루는 ‘화학’에 집중한다.

과학원리의 바탕이 되는 개별과학의 기초 영역에까지

설명을 확장하고 있다.

김병민, 슬기로운 화학생활, 동아시아, 2019년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어떤 현상의 배후에 있는 과학적 원리를 단편적으로 소개하는 데서 그치는 일반 교양과학서와는 다르다. 그 원리의 바탕이 되는 개별과학의 기초 영역에까지 설명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오로라의 원리를 설명하면서 전자기학 전반을 다루고, 산과 염기를 다루면서 주기율표를 자세히 살피며, 플라스틱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 고분자화학 전반을 설명하는 식이다. 그리고 저자는 화학 합성물질을 포함해 우리가 과학에 대해 흔히 가지고 있을 법한 오해에 대해 '과학'의 입장에 서서 자세히 설명하면서 차분하게 바로잡는다. 예를 들어 자연적으로 분해되지 않고 환경호르몬을 배출하는 고분자 합성수지를 무조건 기피하는 것보다 적절한 곳에는 활용하되 과도하게 사용하지 말고 규정에 맞게 배출하는 것이 오히려 건강이나 환경에 덜 부담을 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한 탁월한 일러스트레이터이기도 한 저자는 이 책에 과학적 원리를 쉽고 친근하게 전달하는 많은 그림을 실음으로서 독자들이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지는 과학지식을 편안하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 우리가 누리는 문명이 얼마나 과학에 깊게 뿌리박고 있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과학에 얼마나 무지한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서술 자체는 과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을 만큼 친절하다. 그렇지만 단편적인 과학지식이 아닌 개별 과학의 기초 원리까지 다루고 있다. 그러다보니, 흔들의자에 기대어 편안하게 들여다보기보다 책상 앞에 앉아 인내심과 집중력을 발휘하며 읽어야 하는 책이다. 다 읽고 나면 그간의 노력을 보상해주고도 남을 만한 보람과 열매를 기다리고 있음은 물론이다. 21세기 과학시대를 살아가는 교양인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적인 과학지식을 압축해 담고 있는 탁월하고 유익한 과학교양서로 적극 추천할만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