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종교는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기독교가 맞는가?
그 종교는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기독교가 맞는가?
  • 정한욱
  • 승인 2019.07.02 2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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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들릴, 굿모닝 예루살렘, 길찾기

『굿모닝 예루살렘』은 캐나다 출신 만화가인 기 들릴이 국경없는 의사회에서 일하는 아내를 따라 1년간 예루살렘에 체류한 경험을 살려 2011년 출간한 르포 만화로, 출간 두 달 만에 앙굴렘 국제 만화 페스티벌에서 ‘최고의 작품상’을 수상했다고 한다. 그는 이 만화에 일하는 아내 대신 이스라엘 점령 지역인 동예루살렘에서 아이들을 돌보면서 겪는 사소한 일상과 이스라엘의 여러 곳을 돌아다니며 보고 듣고 경험한 일들을 담담한 외부인의 시선으로 담아 냈다. 

이 책에는 저자가 이스라엘에서 살아가면서 알게 된 여러 흥미로운 사실들이 담겨 있다. 예를 들자면 이스라엘 사회에는 평균 일곱 명의 자녀를 거느리고 직업 없이 가난하게 살며 오로지 토라 연구에만 몰두하는 극정통파 유대교인들이 다수 존재한다. 2007년 현재 712명밖에 남지 않은 사마리아인들은 지속된 근친 결혼으로 인해 귀가 뾰족하고 장애인 비율이 12%에 달한다. 중동발 3차 대전이 일어나지 않는 이유는 단지 이스라엘 사람들이 아직까지 제사에 쓰일 온전한 적갈색 암송아지를 발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작은 도시에서 휴일이 금요일(이슬람)과 토요일(유대교), 그리고 일요일(기독교)일로 나뉘어 있다. 그리스도의 무덤을 관리하는 6개 기독교 종파의 대립으로 인해 성묘교회 정면 베란다 위에 있는 나무 사다리 하나도 치우지 못하고 있다. 이같은 모습을 소개하면서 다양한 종교와 종파로 나뉘어진 민족들이 섞여 살아가는 예루살렘의 현실을 극명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또한 저자는 그가 이스라엘에서 목격했던 거대한 분리장벽과 "정착촌"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폭력적인 영토침탈, 팔레스타인 사람들에 대한 일상화된 차별과 폭력과 부정의, 표면적 평온함 밖으로 갑작스럽게 튀어나오곤 하던 갈등과 대립의 모습을 일체의 감정표현이나 가치판단을 배제한 관찰자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묘사한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에서 겪는 소소한 에피소드를 통해 천사도 악마도 아닌 이스라엘 사람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삶과 그 가운데 엄존하는 모순들을 예리하게 잡아낸다. “정착촌에서 물건을 사는 것은 이스라엘의 불법 점거를 인정하는 것”이라는 국제단체 관계자의 말을 떠올리고 정착촌 마트 앞에서 아쉽게 발걸음을 돌리던 저자의 눈 앞에 나타난 양 손 가득 장을 본 채 정착촌 슈퍼마켓에서 나오던 무슬림 여성들의 모습이 바로 그러한 모순의 좋은 예다. 이렇듯 도덕적 판단이나 훈계의 목소리를 철저히 배제한 채 ‘날 것 그대로의 사실’만을 담아낸 저자의 태도야말로 역설적으로 이 책에 강한 설득력을 부여하는 최고의 미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저자는 작품 내내 애써 유지하던 냉정한 중립을 예루살렘을 떠나기 직전 마지막으로 목격한 사건을 그리면서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자신들의 새로운 정착촌을 세우기 위해 대대로 살아오던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쫒아낸 후 그들의 집에 구멍을 뚫고 침입해 "It's My house now"를 외치는 유대 정착민과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칠흑 같은 어둠을 향해 떠나는 저자가 탄 귀국 비행기의 강렬한 잔상은 이 책을 덮은 후에도 좀처럼 머리에서 떠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군가의 삶의 터전을 빼앗고도 그렇게 기고만장한 이스라엘 정착민의 모습과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고난과 비극이 성경의 예언이 실현되기 위한 ‘부수적인 피해’이거나 이슬람에 대한 ‘하나님의 진노의 심판’이라고 강변하는 일부 근본주의 기독교인들의 얼굴이 자꾸 겹쳐진다. 전쟁과 폭력, 차별과 추방을 통해서만 그의 백성을 구원하실 수 있다는 하나님을 진지하게 믿으라는 그 종교는 과연 내가 알고 있는 기독교가 맞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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