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브리어 어휘에 대한 근거 없거나 당황스런 주장
히브리어 어휘에 대한 근거 없거나 당황스런 주장
  • 김동문
  • 승인 2019.04.13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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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용, 들어주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유대인 부모처럼, 스마트비즈니스, 2018년

며칠 전, 미주 지역의 기독교 방송의 아침 프로그램을 들었다. 진행자가 방송 중에 한 권의 책을 인용했다. 책의 내용이 궁금했다. 책 제목을 확인하고, 방송에서 언급된 대목을 중심으로 책을 살펴봤다. 그런데 이상했다. 익숙하지 않은 주장이 가득했다.

이 글을 쓴 이가 무슨 말을 하고자 하는 지 얼핏 알 것만 같은데, 저자의 주장을 뒷받침하면서 근거 제시는 없다. 물론 이 책이 논문이 아니기에 출처를 밝혀야 할 것은 아니다. 그래서 이 책에 담긴 주장의 근거를 짚어봤다. 그렇지만, 거의 찾을 수 없었다. 책에 담긴 몇 가지 주장을 살펴보자. 

히브리어로 엄마는 '엠'이라 한다. 엠은 영어의 M이 된다. 히브리어의 첫 글자는 알레프이고 영어로 A가 된다. 알레프는 강한 울타리라는 의미로 아버지를 뜻한다. M은 어머니를 뜻하는 말로 생명의 물, 즉 사막의 오아시스를 의미한다. 히브리어로 아바가 아버지이면 이마는 어머니다. - 들어주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유대인 부모처럼 중

'히브리어로 엄마는 엠'?  그렇다. 히브리어로 엄마, 어머니는 אֵם이다. 그런데 이 אֵם이 '영어의 M이 된다'는 표현은 모호하다.

히브리어의 첫글자는 알레프이고, 영어로 A? 맞다. 그렇지만, 이 알레프가 '강한 울타리'를 뜻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근거는 없다. 저자는 어떤 근거로 이런 주장을 하고 있는 것일까?

알레프는 강한 울타리라는 의미로 아버지를 뜻? 이 알레프가 아버지를 뜻한다는 추론은 더욱 당황스럽다. 물론 히브리어로 아버지 אָב가 알레프로 시작하는 것 뿐이다.

M은 어머니를 뜻하는 말로 생명의 물, 즉 사막의 오아시스를 의미? 히M은 어머니를 뜻하는 말? 영어 M이 어머니를 뜻한다는 말인지, 히브리어 אֵם의 영어 음가인 M이 그렇다는 말인지 모호하다. 생명의 물? 사막의 오아시스를 뜻한다는 주장도 이상하다. 생명의 물은, 마임 하이임(מַֽיִם־חַיִּ֖ים‎ mayim-ḥayyîm)이다. 이 표현이 엠אֵם 과 어떤 연결이 된다는 것일까? 히브리어로 사막의 오아시스는 נְאוֹת מִדבָּר이다. 이 단어와 어머니 '엠'אֵם 이 어떤 연관성이 있다는 것일까? 글쓴이의 이런 주장은 어디에 근거를 둔 것일까?

M은 세 단어의 어원으로 신앙을 뜻하는 '에무나', '진리를 뜻하는 '에메트', '그렇게 될지어다'를 뜻하는 아멘의 의미를 내포한다. M의 어원을 미루어 볼 때 유대인들이 어머니의 존재를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알 수 있다. - 들어주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유대인 부모처럼 중

이 주장은 억지스럽다. 글쓴이가 언급한 히브리어 언급한 에무나(אֱמוּנָה), 에메트(אֱמֶת), 아멘(אָמֵן)과 엠(אֵם)은 무관하다. 이 세 단어는 어원도 다르다. 그리고 히브리어의 특징인 동사를 구성하는 자음(어근)도 완전히 다르다. 첫 철자만 동일할 뿐이다. 

히브리어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중 하나가 '라하마라트'라는 말이다. 이 말은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뜻이다. 헌신하는 어머니의 사랑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이며, 자녀에게는 절대적인 힘을 갖는다. 엄마는 창조주가 보낸 대리자임을 새삼 확인하게 된다. - 들어주고, 인내하고, 기다리는 유대인 부모처럼 중

히브리어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 중 하나가 '라하마라트'라는 말이다. 이 말은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뜻? 글쓴이가 언급한 '라하마라트' 라는 단어가 히브리어의 어떤 단어를 음역한 것인지 모르겠다. 히브리어에 자비, 동정심, 긍휼 등을 뜻하는 단어 라흐마누트(רַחְמָנוּת)가 있기는 하다. 아무래도 이 단어를 잘못 옮겨적은 것으로 보인다. 먼저 '어머니의 사랑'이라는 표현을 가진 히브리어가 라하마라트는 아니다. 이 단어가 어머니의 사랑 자체(만)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떤 이들은 "길을 가다가 나무에나 땅에 있는 새의 보금자리에 새 새끼나 알이 있고 어미 새가 그의 새끼나 알을 품은 것을 보거든 그 어미 새와 새끼를 아울러 취하지 말고"(22:6) 구절에 대한 풀이에서 '라흐마누트'가 등장한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본문의 전체 맥락이나 구체적인 서술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끌어오는 것은 무리가 있다. 또한 라흐마누트(רַחְמָנוּת)가 어머니의 사랑을 특징하는 것으로 단정지을 수도 없다. 하나님의 사랑, 아버지의 사랑도 이 단어로 담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몇 가지 살펴보았듯이 이 책의 저자의 주장은 무척 낯설다. 책에 담긴 저자의 주장을 검토하는 과정에 구약학자와 히브리어 전문가의 조언도 구했다. 이들도 이 책의 글쓴이의 위와 같은 주장은 전혀 수긍이 안되는 주장이었다. 저자의 주장은 '빈약한 창의성' 짙은 주장으로 보인다. 저자의 설명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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