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트 기사 '소방관의 손', 낚시성이다?
인사이트 기사 '소방관의 손', 낚시성이다?
  • 김동문
  • 승인 2019.04.08 06: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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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과 기사가 어우러지지 않는 왜곡과 과장

한 장의 사진이나 이미지가 안겨주는 메시지의 효과는 그야말로 백마디 말보다, 글보다 더 강할 수 있다. 그래서 이미지 조작이나 왜곡이 벌어지는 것도 일상적이다. '속초 화재 소방관의 손'이라는 제목으로 돌던 그 사진이 중국 소방관 손이라는 것은 이미 다 알려진 사실이다. 미디어오늘은 "물집 잡힌 소방관 사진, 알고 보니 지난해 화재 때 중국 소방관… 중국 언급 뒤늦게 한 인사이트 기사 이후 오해 확산"이라는 부제의 기사를 통해 이 문제를 짚었다.

기사 내용에 무관한 사진을 사용하거나 사진의 의미를 왜곡하는 것, 이미지 자체를 조작하는 것 등은 전형적인 왜곡 보도이다. 그러나  이번에 크게 회람된 인사이트 기사의 편집은 신의 한수였다. 눈길을 끌고 엄청난 조회수를 기록했다. 게다가 사진 조작 비난을 전혀 받지 않을 장치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기사 자체에서는 사진이 이번 화재 진압 소방관의 것이 아니라는 것도 밝히고 있다.

"주민들이 대피하는 사이 소방관들은 목숨을 걸고 위험한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현장에 투입된 소방관들의 모습이 속속히 공개되면서 많은 이들의 눈시울을 붉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해외 온라인 커뮤니티 이머저(Imgur)에 화재 진압을 마친 한 소방관의 손 사진이 공개돼 눈길을 끌었다. 공개된 사진 속 까맣게 타오른 손이 보인다. 손에는 동전 크기만 한 물집이 여럿 부풀어 올라 있다. 또 곳곳에는 물집이 다 짓물러 터진 상태다. 해당 사진은 지난해 6월 중국 네이멍구의 한 자연 보전 구역에서 발생한 대형 산불을 진압한 소방관의 사진이다."

그러나 온라인에서 검색되는 기사 이미지는 아래와 같다. 제목에 딱맞는 사진으로 다가온다. 제목과 사진 그리고 기사를 얼추 살펴본 이들이 이 손을 이번 화재 진압에 참여한 소방관의 손으로 오해할 여지가 넉넉하게 주어진다. 게다가 인사이트는 지난 해 동일한 사진과 맥락의 기사를 실었다. 위의 기사 썸네일 왼쪽 사진도 출처가 명확하지 않은, 온라인에서 검색할 수 있는 사진이다.

군데군데 물집이 잡히고 숯이 묻어 거뭇거뭇 더러워 보이는 손. 그러나 이 손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손이다. 10일(현지 시간) 중국 매체 토우탸오는 화재를 진압하기 위해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꿋꿋이 버틴 소방관의 손을 공개했다. 산불은 지난 1일 중국 네이멍구의 한 자연 보전 구역에서 발생했다. - 인사이트(2018.06.10)

인사이트는 기사 내용과 직접 상관이 없는 사진을. 그것도 자료 사진을 사용했다. 거꾸로 말하면 사진과 연관성이 없는 제목을 뽑아 기사를 올렸다. 기사와 사진 사이에 직접적인 상관성이 없다. 그러나 독자의 눈길을 끌 요소는 다 담았다. 감동적인 사진과 제목이 그것이다. 이번 인사이트의 "소방관이 공개한 사진" 기사는 간접적으로 아니면 교묘하게 사실을 과장,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아래의 기사 썸네일에 담긴 사진과 기사는 어느 나라일까? 혹여 독자가 이번 산불 진압 소방관에 얽힌 이야기로 오해하지는 않을까?

화마가 덮친 현장에서 시민들을 구하느라 고군분투한 소방관의 몸에는 온갖 상처가 가득했다. 최근 중국 최대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웨이보에는 화재 현장에 출동했던 푸젠성 푸저우시 소방당국 소속인 한 소방관의 뒷모습 사진이 올라왔다. - 인사이트(2019.04.07) 

이 사진은 지난 해 6월 초부터 온라인에서 회람되는 사진이다. 사진 속 주인공은 중국인 무장경찰 소방관 센우준(沈伍呷, 22)이다. 화재 진압 현장에 아니라 소방 훈련중 입은 상처이다. 그런데 중국인 소방관의 손으로 알려진 손의 주인공은 정확하게는 소방관이 아니라 중국 전투경찰이다.

중국에도 소방관이 존재한다. 그렇지만 중국내 네이멍구(내몽고자치구 内蒙古自治区), 헤이룽장 성(黑龙江省 흑룡강성), 지린 성(길림성 吉林省), 옌안( 延安市 연안시) 지역의 산림화재는 중국 중앙정부 임업부와 무장경찰사령부 산하의 산림경찰총대가 담당하고 있다. 무장경찰사령부도 중국내 군조직의 하나이다. 사진의 주인공은 하사 계급의 우용(吴勇, 22)이다.

'클릭'을 부르는 절묘한 사진 배치와 기사 제목이 독자에게 손짓한다. 인사이트 기사에 담긴 사진과 제목을 보면서, 인사이트의 순발력과 인사이트가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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