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필 사진 촬영 이벤트
프로필 사진 촬영 이벤트
  • 최용석
  • 승인 2019.04.03 0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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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맞이 프로필데이 촬영, 4월 15일~16일

오랜 만에 단체 프로필 사진을 찍습니다. 공연팀을 주로 찍다 보니 10명 내외를 찍을 때도 있었고, 큰 공연단체를 찍을 때는 40명 가까이 찍을 때도 있었습니다. 그러다 월세 부담 건물주의 변심, 건강 문제 등으로 운영하던 스튜디오를 몇 번 접었습니다. 사실 제 전공이 사진이 아니다 보니 사진은 지나가는 일 운 좋게 그냥 취미로 하는 일이라 생각했던 거 같습니다.

연극을 전공해서 연극인들을 알고 있고 운 좋게 이리저리 사람들이 찾아주셔서 사진으로 나름 10년을 버티며 살고 있습니다. 내가 이 일을 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을 몇 년을 하곤 했습니다. 사진 실력도 부족하고 저의 미래도 불안했으니까요. 특히 해마다 1-3월은 이상하게도 몇 년간 일이 없었습니다. 아이가 있으니 돈을 못 벌면 불안하고 그 불안은 병을 키웠습니다. 우울증이 3년을 주기로 오다가 1년... 그리고 6개월 주기로 찾아왔습니다.

그러다 한 후배이자 친구의 죽음을 마주했습니다. 그 친구는 조울증을 앓고 있었습니다. 죽기 일주일 전 저에게 '나 이제 유명해지고 싶어요. 프로필을 찍어 주세요'하고 뜬금없이 연락을 해왔습니다. 저는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부천 국제영화제 사진팀을 하고 있어서 그 후에 찍자고 말해야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제 개막식이 끝나고 지인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진이가 죽었어...." 그렇게 두 명의 무명 배우를 허무하게 잃은 한 해가 지났습니다.

그때, 스튜디오가 있으니 프로필 사진을 찍어줄 테니 연락하라고 저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글을 올렸는데, 그 후로 그 친구처럼 사진을 찍어달라는 친구는 없었습니다. 돈은 상관없다고 해도 사람들이 쉽게 연락하지 못했습니다.

지난 몇 년간 모교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프로필 사진을 찍고 있습니다. 스튜디오의 촬영 장비들은 지인들의 도움으로 이곳 저곳에 보관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둘 곳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물품을 정리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다가 마지막 한 번 더 해보자는 마음으로 프로필 촬영 광고를 냅니다. 저 혼자 하는 것도 아니고, 스튜디오 대관비도 내야 합니다. 무료로 사진 촬영을 하는 것보다 조금은 부담되더라도 본인이 부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금액으로 사진을 찍으려 합니다. 연극배우들 무명배우인 아내를 두고 있어서 돈 10만 원이 얼마나 큰지 알고 있습니다. 저도 부주 할 돈이 없어서 친한 선배 부모님 장례식도 못 가고 그럴 때가 많기 때문입니다.

사실 돈 안 받아도 됩니다. 이미 세상을 뜬 그 친구 같은 열정의 배우들, 그냥 이대로 사라지면 안 되는 배우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그래도 그냥 찍기 미안하면 진짜 나중에 이 프로필로 캐스팅도 되고 돈도 벌수 있을 때 줘도 됩니다. 그리고 혹시 우울증이나 조울증으로 고생하는 배우나 작가분들이 있다면, 이 기회에 만나서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은 마음도 큽니다. 

최대한 많은 분들을 찍어보고자 밥 안 먹고 찍어보려고 빡빡하게 예약을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뜬금없이 배달용 카드기도 구입해 카드사 등록도 하고, 카카오페이도 신청했습니다. 그리고 외상도 되니까 홈페이지 들어오셔서 예약 시간 비었으면, 미리 예약하고 오세요. 우리 잔치 합시다. 사진 잔치. 지금은 무명이지만 포스를 가진 숨은 제다이들 당신들을 기다립니다. 우주는 넓습니다. 우리의 스타워즈를 이제 시작합시다. 

외상 가능합니다. 찍고 돈 안 준다고 고발하지 않습니다. 숨지 말고 이제 나오세요. 당신은 아름답고 멋지니까요! 세상에 보여줍시다. 우리의 포스를! 예약문의는 여기로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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