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문 대통령, 브루나이 건배 제의, 외교 결례?
[팩트체크] 문 대통령, 브루나이 건배 제의, 외교 결례?
  • 김동문
  • 승인 2019.03.22 02: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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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 세계도 외교도 모르는 억지스런 비판으로 보여
채널A (2019.03.21)

최근 이른바 외교 결례 논쟁을 일으키고 자극하는 뒤늦은 기사가 계속 이어진다. 이제서야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인지, 아니면 지금 문제를 삼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여러 가지 밑그림 위에서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인지는 모를 일이다. 외교 결례라고 비난하는 내용 중에 브루나이 왕과의 만찬장 건배 결례 이야기를 짚어본다.

"문 대통령은 앞서 방문한 브루나이의 하사날 볼키아 국왕이 주재한 국빈 만찬에서 '건배 제의'를 해 당시 일부 브루나이 측 참석자 사이에서 '외교 결례' 논란이 제기됐던 것으로 20일 알려졌다. 이슬람 국가인 브루나이는 주류 판매 및 공공장소 음주를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 건배 제의에 브루나이 측 수행원 일부는 응하지 않았고, 일부는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한국 참석자들의 건배를 제지하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양국 간 사전에 협의한 사항"이라고 했다." - 조선일보(2019.03.21)

위의 기사에서 눈길을 끄는 표현이 있다. 늘 기사나 글이나 말을 짚어볼 때는 기본적으로 물어야할 질문이다. “일부 부르나이 측 참석자 사이에서 ’외교결례’ 논란이 재기됐”다고? 국빈만찬에는 누가 참석? 이들은 누구? “브루나이측 수행원 일부는 응하지 않았고, 일부는 거부감을 표시하면서 한국 참석자들의 건배를 제지하기도 한” 일은 실제로 벌어진 일인가? 왕정국가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일까?.

청와대
청와대

이날 국빈만찬은 한국측 대통령 공식 수행원과 실무수행원, 브루나이 왕실 인사, 전직 관리를 비롯하여 주브루나이 외교단 등 700여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가운데 일부 브루나이 참석자 가운데서 외교 결례를 느끼고 거부감을 표시한 이들은 누구일까? 이 기사의 취재원은 누구일까? 누가 목격자일까?

그런데 이 만찬장 세팅은 한국 정부가 한 것이 아니다. 브루나이 왕실이 준비한 것이다. 컵이나 테이블 세팅과 참석자 배치 등 모든 것의 기획, 운영, 진행이 브루나이 왕실과 정부 관계자였다. 무슨 음식을 먹을지, 무엇 음료를 마실지 모든 권한과 책임이 브루나이 측에 있었다. 또한 외교는 모든 것이 사전 조율이다. 그렇다고 하여 무엇을 먹고 무엇을 마실지를 식당에서 음식 주문하듯이 요청할 것이 아니다.

청와대
청와대

만찬 자리에서의 외교 결례에 연관된 묘한 내용이 있다. 채널A 방송에 나온 내용 가운데 이런 말이 있다. 방송에 나온 김 모 기자가 발언한 내용이다.

브루나이는 이슬람국가이기 때문에, 주류 판매 뭐 공공장소에서 술을 먹는 것 엄격히 금지가 되고 있습니다. 만찬장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발언을 마치고 건배를 하면서 브루나이 국왕이 잔을 들고 부딪히는 장면이 나왔는데요. 물론 뭐 술이 담긴 건 아니고 뭐 물이나 쥬스가 담겼다고는 하지만, 이게 이슬람교도들이나 보수적인 사람들에게는 좀 거부감을 줄 수 있습니다. 일부 브루나이 왕족들이나 수행원들이 건배를 하지 않고 좀 거부감을 나타냈다고 전해졌는데요...“ - 채널A (2019.03.21)

이날 건배 잔에 담긴 음료가 물이나 쥬스였다는 것이다. 그런데 외교 석상에서 건배하는 장면이 무슬림에게 거부감을 안겨주는 것일까? 이런 말을 하고 글을 쓰는 '전문가'는 무엇을 근거로 그렇게 확신을 갖고 말하는 것일까? 브루나이 국왕이 다른 오찬, 만찬 자리에서 건배를 하거나 포도주 잔을 들었던 경우는 없을까? 이슬람 국가의 왕이나 대통령, 총리가 외교 무대에서 포도주 잔을 부딪히고 건배하는 일은 보기 드문 현상인가? 아니다. 이슬람 국가 정부 관계자가 공개적으로 음주를 하지 않아도 건배하는 일은 자연스럽기 때문이다.

건배를 두고 이렇게 설왕설래 하는 것이 묘하다. 그런데 우리가 생각하는 언론이나 탁상 전문가가 생각하는 그런 틀로 볼 수 있는 세계는 현실에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왜 낡은 틀로 외교 결례 지적하는 것이 지금 이어지는 것일까? 비전문가를 외교관으로 삼는 것이 문제라고 말하고 싶은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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