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이승만은 고종황제의 밀사였다?
[팩트체크] 이승만은 고종황제의 밀사였다?
  • 김동문
  • 승인 2019.03.01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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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친일 단체 일진회의 사절 의혹이 있다

 

(경배) 박사의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이승만이 헐버트(Homer Bezaleel Hulbert, 1863126~ 194985)와 동행해 일본제국주의에 저항하기 위해 미국에 갔다는 역사 자료가 있다고 한다. 일본 제국이 대한제국의 외교권을 빼앗는 을사늑약 사건이 있은 후에 을사늑약의 무효성을 알리기 위해 헐버트가 고종 황제로부터 친서를 받아 1905년 미국 대통령에게 밀서를 전달하고자 했을 때, 이승만이 헐버트와 동행했다는 내용이다. 그 전에는 헐버트만 다루어 졌는데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이승만이 동행한 것으로 나왔다고 민 박사는 주장했다.” - 한국교회사학연구원, “초기 이승만과 기독교이승만의 옥중 회심(코람데오닷컴, 2016.01.12.)

이 기사에서 언급되고 있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고종 황제 밀사설은 오래된 주장이다. 미국 측에 1905년 을사늑약의 무효를 전달하기 위해 이승만이 헐버트와 동행했다'는 주장은 어느 만큼 근거가 있는 것일까? 이런 주장은 사실일까? 미국 측의 자료를 통해 이 같은 주장을 검토하면, 사실이 아니다.

 

1. 이승만은 헐버트와 동행하지 않았다.

고종 황제는 19051117일 강제로 작성된 을사늑약을 저지코자, 미국의 루스벨트 대통령에게 자신의 친서를 전달할 특사로 헐버트를 임명했다. 곧장 헐버트는 미국을 방문하였다. 그러나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난 날은 그해 1212일의 일이다. 루스벨트 행정부에서 헐버트와의 면담을 기피한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헐버트와 미 대통령의 면담 기사 어디에도 이승만 등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한편 이승만 전 대통령은 이보다 이른 8월 초 루스벨트 대통령 면담을 진행했다. 을사늑약을 반대하기 위해 헐버트와 같이 움직였다는 주장과는 거리가 있다. 헐버트와 루즈벨트 대통령 면담 기사는 아래와 같다. 이것은 헐버트와 이승만의 밀사설을 반박하는 자료가 된다.

KOREAN EMPEROR JAPS' PRISONER
Yi Hung Appeals to the United States to Stand by Him.

Washington, Dec. 13. Yi Hung, emperor of Korea, who is a prisoner of Japan, has notified the United States government that the agreement with Japan by which the latter government shall exercise sovereignty over Korea was obtained at the point of the bayonet and that the agreement is null and void, because it was procured by duress. - New-York tribune., December 13, 1905, P. 3

 

2. 이승만은 고종 황제 사절이 아니라 친일단체 일진회의 사절이었다.

이승만이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난 것은 190584일의 일이다. 이승만은 하와이에서 온 윤병구 목사와 함께 미국 뉴욕 롱아일랜드에 있는 여름 백악관에서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났다1905년 당시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승만과 윤병구는 대한제국의 사절이 아니라 일진회의 사절이었음을 구체적으로 밝히고 있다. 동시에 대한제국과 고종 황제의 정체성을 부정하고 친일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이 만남을 보도한 미국 언론 보도에서 이승만 윤병구 목사 등의 발언을 그대로 옮겨본다.

 

먼저 <뉴욕 트리뷴>(New-York tribune) 190584일치 7면에 실린 오이스터 베이의 한국인들이란 제목의 기사를 보자관련 기사에 따르면, 루스벨트를 만나기 위해 온 윤병구(와 이승만)우리는 황제의 사절이 아니다. 우리의 황제는 이제 한국 국민의 최고의 이해관계를 대표하지 않는다." 고 밝히고 있다.

“We wish it distinctly understood that we are not representatives of the Emperor.” said Mr. Yoon, the spokesman. “for our Emperor does not now represent the best interests of the people of Corea.”

일진회에 대해 적극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수 천 명의 회원들로 이뤄진 위대한 단체가 제국 전역에 급속하게 성장하고 있다. 곧 국무를 쥐고 정부 몫을 할 것이다. 이 단체의 이름은 일진회로, 그 뜻은 ‘The Dally Progress’로 번역한다.”고 말했다.

"A great society with many thousands of members is growing rapidly throughout the empire, and one of these days will take hold of affairs and conduct the government. The name of this society is Il Chin Hoi, which, translated, means ‘The Dally Progress’."

더 나아가 우리는 이 위대한 단체의 사절로서 대통령을 만나 청원서를 전달하도록 파견되었다.”고 아주 구체적으로 일진회와의 관계를 밝히고 있다.

"As the representatives of this great society we have been delegated to call on the President and lay a memorial at his feet." - New-York tribune. (New York [N.Y.]), 04 Aug. 1905

 

<스타크 카운티 데모크라트>(The Stark County Democrat) 88일자는 한국은 삼켜질 것을 주저하고 있지만, 러시아보다는 일본의 목구멍을 선호한다’(KOREA HESITATES TO BE SWALLOWED BUT PREFERS THE MAW OF JAPAN TO THAT OF RUSSIA)라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았다.

이 기사에서 이승만과 윤병구 두 사람은, 자신들은 러시아 영향력 아래 놓인 황제를 대표하고 있지 않으며, “The Daily Progress,”로 번역할 수 있는 일진회 라는 힘있는 단체의 대변인이라고 밝히고 있다,

they do not represent the emperor, as he is under Russian influence. They are spokesmen for a powerful society,, II Chin Hoi which translated means “The Daily Progress,” - The Stark County Democrat., August 08, 1905, WEEKLY EDITION

 

<워싱턴 타임스>(The Washington times) 8월 4일 기사는, ‘일진회로 알려진 한국의 거대 진보정당을 대표한다고 밝히고, 자신들은 황제가 백성을 대표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고 적고 있다.

They claim to represent the great progressive party in Korea known as “Il Chin Hoi,” which translated means the Society of Daily Progress,“. They assert that the Korean Emperor does not represent his people, but is under foreign domination. The Washington times. (Washington [D.C.]), 04 Aug. 1905.

 

3. 이승만의 친일 성향을 엿볼 수 있다.

위에서 언급한 기사에는 윤병구 목사와 이승만 전 대통령의 친일 성향도 읽을 수 있다. 이 둘은, 위에서 먼저 살펴본 것처럼, 자신들은 한국 정부(대한제국)의 사절이 아닌, 일진회의 사절로 밝혔다. 더욱이 (일본 덕분에) 한국에 수년간 많은 진전이 있다고 하거나, 러일전쟁에서 일본이 이긴 것이 기쁘다는 등의 언급도 하고 있다. 1905년 당시의 미국 언론 보도에 따른다면, 1905년 당시 이승만의 친일 성향을 읽을 여지가 있으며, 이승만의 고종 밀사설'은 사실과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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