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의 끝을 잡고, 루터 책들에 관한 짧은 글
2017년의 끝을 잡고, 루터 책들에 관한 짧은 글
  • 하늘샘
  • 승인 2017.11.23 0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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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나는 루터』 & 『루터의 재발견』
우병훈, 처음 만나는 루터 개혁과 건설에 온 삶을 건 십자가의 신학자, IVP, 2017
최주훈, 루터의 재발견 질문, 저항, 소통, 새로운 공동체, 복있는사람, 2017

종교개혁 500주년, 정확히는 비텐베르크 게시물 사건 500주년이 끝나갑니다. 여기저기서 종교개혁 500주년 때문에 시끄러운데, 정작 500주년의 주인공인 루터에 대해서 읽을 시간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 물론 루터 혼자 종교개혁을 한 건 아니지만, 우리가 기념하는 500주년이 비텐베르크 사건이니 루터만 놓고 본다면 말입니다. 그래서 아직 루터 책 한 권도 읽지 못한 분을 위해, 아직도 어느 책을 선뜻 고르지 못하는 분을 위해 짧은 글을 씁니다.

10월 초부터 오늘까지, 제 탐라에 수없이 많은 루터 관련 게시글이 올라 왔습니다. 그 중에 새로 나온 책 소개가 절반 이상을 차지했는데요, 정말 일주일에 한 권씩 읽어도 다 따라잡기 힘들 정도로 많은 책이 빠른 속도로 나왔습니다. 그중 어떤 책은 꽤 쉽고, 어떤 책은 정말 전공자가 아니라면 읽기 힘든 책이었죠.

저는 이 책들 중 꽤 많은 책을 읽었습니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원서부터 최근 우리나라 저자가 출판한 책까지 많은 책을 맛봤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모두 정독하진 못했지만 다 구경(?)하고 나니, 누구나 유익하게 읽을 수 있을 책이 어떤 책인지 눈에 들어왔습니다.

바로 제목에서 밝힌 처음 만나는 루터(IVP)루터의 재발견(복 있는 사람)입니다.

최주훈, 루터의 재발견 질문, 저항, 소통, 새로운 공동체, 복있는사람, 2017년
최주훈, 루터의 재발견 질문, 저항, 소통, 새로운 공동체, 복있는사람, 2017년

루터의 재발견은 이미 한 번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아직 합당한 정도의 관심은 못 받은 것 같습니다. 1) 독일에서 박사 학위를 얻은 2) 현직 루터교 목사님이, 3) 루터의 대교리문답을 번역한 루터 전문 역자가, 더불어 4) 루터의 1, 2차 자료를 읽고 분석한 연구가가 쓴 루터 서적이기에 읽어 볼 가치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책은 많다고 말할 수 있겠죠.

이 책의 진짜 장점은 재발견에 있습니다. 저는 제목을 보고 ‘16세기 사람인 루터가 오늘을 사는 사람에게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재발견할 게 있을까?’ 생각했더랍니다. 그런데 책을 덮는 순간, 제 앞에 이 책이 내려 줄 수 있는 수많은 적용점이 떠올랐습니다. 그가 그 때 했던 생각들이 지금 내 삶과 내가 사랑하는 한국 교회에 던지는 질문과 도전과 위로로 나타난 거죠. 이 책은 루터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지금 여기에 대한 통찰이 없이 태어날 수 없는 책입니다.

처음 만나는 루터는 제가 느끼기에 받을 만한 관심을 아직 못 받은 것 같습니다. 제가 속한 교단의 학자라서 그러는 게 아니라, 정말 이 책이 우리에게 필요하다고 느끼기 때문입니다. 종교개혁 500주년이라며 온갖 행사들을 벌이는데, 정작 루터와 대면한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다들 어디서 출발할지 몰라 헤매고 있습니다. 어떤 책은 너무 가벼워 배울 게 없고, 다른 책들은 너무 무거워 기초 지식이 없으면 첫 페이지조차 넘기기 어렵습니다.

우병훈, 처음 만나는 루터 개혁과 건설에 온 삶을 건 십자가의 신학자, IVP, 2017년
우병훈, 처음 만나는 루터 개혁과 건설에 온 삶을 건 십자가의 신학자, IVP, 2017년

이런 현실에 필요한 책은 루터를 처음 소개해 주는 책이죠. 그 책을 딛고 일어서 다른 책으로 넘어갈 수 있게 해주는 책, 바로 처음 만나는 루터입니다(그렇다고 무시할 수 있는 책은 아닙니다. 미주를 통해 더 깊은 공부로 바로 떠나실 수 있습니다!).

이 책은 루터의 인생을 시간 순서로 (하지만 [조직신학자/교의학자답게] 신학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짚어가며) 풀어갑니다. 그래서 인간 루터의 여정을 따라가면서도 그의 사상이 어떻게 발전했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저자는 풍성하면서도 꼭 필요한 내용을 군더더기 없이 친절하게 들려줍니다. 또한 독자가 쉽게 접할 수 없는 루터에 대한 최신 자료를 본인의 논의에 필요한 만큼만! 소개합니다.

이렇게 소개하면 두 책의 성격이 매우 다를 것 같습니다. 그렇지만 재밌는 건, 루터의 재발견이라고 루터 자체의 목소리를 무시하지 않으며, 처음 만나는 루터라고 루터가 오늘을 사는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를 간과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그런 점에서 둘 중 하나만 봐도 좋겠지만, 2017년이 가기 전 루터와 만나고 싶으시고 루터로 인해 여러분의 삶이 조금이라도 달라지길 원하신다면, 두 책을 비교하며 읽어 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글쓴이는 신학을 전공하고 있고, 교회에서는 전도사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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