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기준으로 세계를 정의하기를
고통을 기준으로 세계를 정의하기를
  • 정재경
  • 승인 2018.12.31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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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섭, 우리 몸이 세계라면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 동아시아, 2018년
김승섭, 우리 몸이 세계라면, 동아시아, 2018년
김승섭, 우리 몸이 세계라면, 동아시아, 2018년

세상을 판단하는 기준은 다양할 것이다. 정치, 경제, 교육, 복지 같은 단어들로 특정 시대를 정의하고 분류하는 것에 익숙해진 요즘, 저자는 "우리 몸"이라는 기준으로 세계를 보길 권한다우리 몸이 아프다면 세계는 아픈 것으로 보일 것이고 실제로 아프게 만든 환경으로서 세계가 될 것이다.” 그는 이렇게 세계를 보자고 이야기한다. 다른 큰 개념이나 거대 담론이 아니라 "우리 몸"을 기준으로 이야기하자고.

이 책의 부제는, "분투하고 경합하며 전복되는 우리 몸을 둘러싼 지식의 사회사"이다. 이 주제는 권력, 시선, 기록, , 시작, 상식이라는 키워드를 통해서 나열되는데, 우리 몸에 대한 지식을 보면서 얼마나 세계가 지금까지 왜곡되었는지를 보게 만든다.

사회가 지성화되었다는 것은, 많은 이들에겐 그저 더 똑똑해지고 실용적으로 변한 것을 의미할 수도 있지만, 그는 몸에 대한 질문으로 몸에 대한 공정한 지식이 있을 때 사회의 지성을 인정하는 것 같다그는 "실내 적정 온도"라는 지식 또는 상식의 불평등으로 책을 연다(14). 현대까지 여성의 몸은 과학에서 사라졌었고 남성의 몸을 기준으로 약품 및 보건의 기초 개념을 정립했다. 그렇기에 그는 다시 묻는다, "어떤 지식이 생산되는가?" 다른 말로 말하면 "어떤 지식은 버려지는가?"이다.

여성의 몸만이 아니라, 식민시대에 수많은 피지배 계층은 무시당했고 전시되었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인의 건강을 연이어 다루면서, 우린 정말로 "" 건강했는가? , 누군가 식민지배가 우리를 더 발전시키고 더 건강하게 만들었다는 논의를 펼칠 때, 그는 정말 그러했는가? 물으면서, 우리의 잘못된 상식을 수정하길 권한다(2장 시선).

저자는, 계속해서 건강 불평등이 환경에 받는 영향, 인종이라는 차별 개념, 질문하는 과학(상식을 묻다), 데이터 근거 중심 의학을 설명하면서 결국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을 만드는 일"로 결론을 짓는다. 한국은 현실적으로 이미 서구 중심적 학계, 연구로 지식을 축적했다. 그렇기에 정작 우리에게 필요한 지식은 외면당하거나 침묵 되었었다. 그런 현실에 대해 저자는 아래와 같이 결론짓는다.

"부조리한 사회로 상처받은 사람들의 고통을 과학의 언어로 세상에 내놓는 것은, 중요하고 필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계속해보겠습니다(328, 결론)."

이런 생각을 전달하기 위해서 이 책을 할애해서 그는 설명하고 설득한다. 이런 결심은 부탁으로도 들린다. 우리의 현실에 귀 기울여달라고, 사람들의 고통을 그저 지나치지 않고, 그 고통을 기준으로 세계를 평하고 정의해달라고. "우리 몸이 세계라면" 이 세계는 어떤 곳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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