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ㄱㄷ일보 칼럼, '복붙' 의혹
[팩트체크] ㄱㄷ일보 칼럼, '복붙' 의혹
  • 김동문
  • 승인 2018.12.16 22: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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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매체에 실린 타인 명의의 칼럼을 그대로 옮긴 것으로 보여

지인이 자신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올린 글을 보았습니다. 그 가운데 눈길을 끄는 문장이 있어서 유심히 보았습니다. 철학자 볼테르는 이런 말을 했다. "기독교를 죽이고 싶으면 주일을 폐지시키면 된다."  는 표현이었습니다. 글쓴이의 이 말이 어디서부터 인용된 것인지 궁금했습니다. 무엇보다도 프랑스의 계몽주의 작가이며 사상가인 볼테르( (Voltaire, 본명 Francois Marie Arouet, 1694~1778)가 이런 말을 했는지도 궁금했습니다.

철학자 볼테르는 이런 말을 했다. "기독교를 죽이고 싶으면 주일을 폐지시키면 된다." 오늘날 한국교회가 침체되고 힘을 잃어가고 있는 원인 중에 하나는 '급격한 주일성수 쇠퇴'에 있다얼마 전에 합동총회교육진흥원에서 320여 명의 교인들을 상대로 주일성수 실태를 조사한 결과주일에 '결석하지 않는다'29.1%, '자주 결석한다'34.7%, '조금 한다'34.4%로 나타났다주일성수를 철저히 하지 않는 경우가 69.1%로 전체 2/3를 상회했다출석하지 못한 요인으로는 영적 침체<13.6%>, 경조사<20%>, 학업 및 경제활동<19.2%>, 가족과 함께함<14%>, 여가 및 취미생활<33.2%> 로 조사됐다가족과 함께 여가 및 취미 생활로 주일을 지키지 못하는 비율이 47.2%였다.

이 글을 보면서 떠오르는 질문이 있습니다. 그것은 '얼마 전'이 언제인가? 합동총회교육진흥원은 어디인가? 실제하는 기관인가? 무엇을 하는 곳인가? 이 설문은 그 기관에서 한 것이 맞는가? 맞다면 어떤 이유와 목적으로 어떤 방식으로 이 설문조사를 한 것인가? 설문 조사 분석은 어떤 방법과 과정을 통해서 정리한 것인가? 설문에 참여한 인원은 320명인가? 그들은 누구인가? 어떻게 선정된 사람들인가? 설문 조사의 표본 단위로서 적절한가?

이런 설문결과는 아래와 같은 기독일보(2014-10-28)의 기사를 보면서 다소 이해할 수가 있었습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총회교육부가 그해 10월 27일 심포지엄을 열고 총회 차원에서 어떻게 교육에 응용할 것인가를 다루는 자리에서 나온 내용이었습니다.

기독일보(2014.10.28)
기독일보(2014.10.28)

그런데 이상했습니다. 주일성수에 대한 설문조사의 출처인 총회교육부 노재경 목사(총회교육진흥원장)의 발제(관련 기사)에 나오는 설문 참여자 수가 다릅니다. 기조 발제자였던 노 목사는 "주일성수에 대해 성도 500여명을 상대로 설문을 실시했다." 고 밝히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듬해에 올린 다른 글에서도, "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사소한 것이지만, 설문조사에 참여한 인원은 320여명과는 차이가 있는 500명으로 보는 것이 적절한 듯합니다. 

"기독교를 죽이고 싶으면 주일을 폐지시키면 된다." 는 말의 앞선 출처도 확인했습니다. 기조 발제를 한 노재경 목사였습니다. 그는 기조 발제를 통해 "철학자 볼테르는 “기독교를 죽이고 싶으면 주일(Sunday)을 폐지시키면 된다”고 말했다. 고 말을 전했습니다. 그러면 노 목사는 이 말을 어떤 자료에서 인용한 것일까요?

아직도 처음에 떠올린 두 가지 궁금함을 풀어야 할 과제인 듯합니다. 자료를 더 구체적으로 살펴보았습니다. 그런데 검토 자료 또는 참고 자료로 삼은 위의 칼럼과 아주 똑같은 또 다른 칼럼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얼마나 똑같았는지는 아래의 이미지를 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맨 마지막 문장을 빼고 나면 철차와 띄어쓰기 까지 다 똑같습니다. 이른바 "복붙"(복사하여 붙이기)에 해당하는 것입니다.

위의 칼럼보다 2년 앞선 시점에 다른 매체에, 다른 이의 이름으로 올라있는, 동일한 제목의 것이었습니다. 칼럼 글이 게재된 매체와 시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기독일보 2017-07-12. 04:43 : 뉴스미션 2015-05-06 10:50:17  

어느 칼럼이 더 진짜일까요? 여기서 말하는 '진짜'의 의미는 칼럼의 내용의 적절성이 아니라, 똑같은 두 개의 칼럼 중에 누가 누구의 것을 참고(?) 것인가에 있어서의 진짜를 말합니다. 물론 먼저 나온 칼럼이지요. 그런데 어떤 사연이 있는 것일까요? 기명 칼럼인데, 다른 이의 칼럼을 그것도 내용은 고사하고 제목까지, 완전히 '복붙'한 것 말입니다. 맨 마지막에 담긴, "주일에 하나님이 주시는 참된 안식을 누리며, 회복의 은혜를 체험하며 살아야 한다."는 문장은 제외로 하고 말입니다.

안 ㅇㅇ 목사 목회 칼럼 목록 갈무리

이런 상황은 어떻게 벌어진 것일까요? 왜 때문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것일까요? ㄱㄷ일보의 편집 과정의 실수였던 것일까요? 아니면 글쓴이의 무책임한 표절에 기인한 것일까요? 원래의 이 ㅇㅇ 목사의 칼럼 글이 좋아서 안 ㅇㅇ 목사가 자신의 블로그나 게시판에 출처를 적지 않은 채 옮겨놓았던 것을, 무심히 해당 ㄱㄷ일보에서 해당 게시판 글(2017-06-25)을 발견하여 기명 칼럼에 올린 것일까요? 또 복붙한 것으로 보이는 칼럼에서는 왜 마지막 문장은 빠진 것일까요?

이제 다시 "기독교를 죽이고 싶으면 주일을 폐지시키면 된다." 고 말했다는 볼테르의 어록의 출처를 찾아 나섭니다. 볼테르는 그 말을 실제로 한 것일까요? 만약에 그가 그 말을 했다면, 어떤 맥락에서 어떤 뜻을 담고서 한 말일까요? 만약에 그가 그 말을 한 적이 없다면, 언제, 어디서, 누가 그 말을 볼테르의 이름을 붙여서 말하기 시작한 것일까요? 혹시 "볼테르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없다" 고 말하여야 하는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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