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땅에서 무슬림들이 살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이 땅에서 무슬림들이 살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 박주신
  • 승인 2017.11.20 0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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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문, 우리는 왜 이슬람을 혐오할까?, 선율, 2017년
김동문, 우리는 왜 이슬람을 혐오할까?, 선율, 2017년
김동문, 우리는 왜 이슬람을 혐오할까?, 선율, 2017년

혐오라는 말은 참 무섭고 아픈 말입니다. 누군가를 혐오하고, 배제하는 것은 매우 강력한 폭력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것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집단과 사회의 차원으로 확산되기에 이르면 그 사회는 어쩌면 지옥과도 같은 곳이 될지도 모릅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는 특정한 사람들을 향한 일명 포비아는 대체 어떻게 시작된 것일까요? 왜 우리는 누군가를 미워하고 싫어하고 혐오하고 배제하는 사회에 살게 된 것일까요? 특히 기독교계에서 일어나는 포비아현상들은 과연 종교적(신앙적)인 이유들로 인해 생겨난 것일까요?

<우리는 왜 이슬람을 혐오할까?>라는 이 책은 바로 그 문제를 아주 세세하게 들여다보는 책입니다. 저자인 김동문 목사는 이 주제를 다루기에 우리나라에서 가장 특화된 저자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저자는 꽤 오랜 시간 중동지역에서 선교사로, 언론인으로 살았습니다. 그리고 중동을 떠나온 뒤에도 끊임없이 여러 언론사에 중동 문제와 관련된 글들을 기고하고, 책을 쓰고 있습니다.

특히 그는 무슬림들에 대한 근거 없는 가짜 뉴스들이 세간에 회자될 때마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지만, 그 가짜 뉴스의 근원을 찾아 오류를 바로잡는 일(일명 팩트체크’)을 오랫동안 해왔습니다(최근 한 언론사가 뉴스에서 펙트체크라는 코너를 하면서 유명해졌지만, 제가 이 용어를 가장 먼저 들은 것은 김동문 목사로부터 입니다).

이 책은 바로 그 팩트 체크들의 확장판이자 모음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김동문 목사는 이슬람이라는 종교에 대한 괴담들과 무슬림 사람들에 대한 오해들, 출처를 알 수 없는 가짜 뉴스들을 하나씩 하나씩 차근차근 설명하면서, 그 오해가 어디서 온 것인지, 어떤 부분이 오해이고, 오류인지, 그렇다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 것인지 꼼꼼하게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 책의 강점은 저자가 오랜 시간 저널리스트로서, 또한 팩트 체크 전문가로서 이슬람과 중동 문제에 관한 실제 자료들을 다루어 왔던 사람이라는 점입니다. 그래서 책에 나온 모든 글들은 매우 광범위하고 사실적인 근거 자료들을 토대로 기술되었습니다. 가짜 뉴스의 가장 큰 문제가 근거가 무엇인지도 알 수 없는데 자극적인 말들로 인해 순식간에 퍼져가는 것이라면, 김동문 목사는 바로 그 근거들을 직접 찾아내어 가짜를 바로잡는 것에 전문가라는 것입니다.

책 안에는 그동안 어디선가 들어봤던 편견이나 생각들도 많고, 정말 황당한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읽다보면, 이 땅에서 무슬림들이 살기가 얼마나 힘들었을까 절로 미안하고 측은한 마음이 생깁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대체 이런 가짜 뉴스들과 괴담들을 형성하는 사람들의 심리와 속셈은 무엇일까를 고민하게 되기도 합니다. 혐오의 감정, 배제의 맹목이 사람들로 하여금 거리낌 없이 거짓을 양산하게 만든다는 것이 참으로 끔찍하고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우리의 내적인 잔인성을 폭로하는 책이기도 합니다.

딸들이 어린이집에 다닙니다. 그 어린이집에는 외국인 아이들로 보이는 애들도 몇 있습니다. 우리말은 잘 하는데, 엄마가 외국인인 아이들입니다. 다문화라는 키워드가 우리 곁으로 가까이 다가온 것은 이제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닐뿐더러, 특정한 지역에 국한된 일도 아닙니다. 더불어 사는 것은 너무나 중요합니다. 종교나 문화, 사상 등의 차이가 사람을 판단하거나 배제하는 기준이 되는 사회는 매우 저급하고 수준 낮은 사회임에 틀림없습니다. 특히나 기독교계에서 두드러지는 갖가지 포비아 현상들은 결코 성경적이지도 않으며, 건강한 신앙의 모습이라고도 할 수 없습니다.

가장 소외되고 가장 철저하게 배제 당하던 사람들을 찾아가 함께 하는 것이 오히려 예수의 모습이었고, 기독교 신앙의 핵심에 가깝습니다. 기독 청년으로 이 땅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이 세상을 보는 눈을 넓게 갖게 되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생각이나 경험, 주변 지인들의 말들 속에 갇히지 않기를 바랍니다. 이 작은 책 한 권이 여러분의 눈과 생각의 폭을 엄청나게 확장시켜 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글쓴이 박주신 목사는, 성림교회 사역자이며, 청년사역네트워크에서 실행위원으로도 섬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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