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삶을 글로 번역해내는 존재
작가는, 삶을 글로 번역해내는 존재
  • 김영웅
  • 승인 2018.12.15 2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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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ude Lorrain, View of Seaport(1633-1634)
Claude Lorrain, View of Seaport(1633-1634)

작가 (혹은 시인).  구름이 서서히 걷히며 산의 윤곽이 조금씩 드러난다. 새벽에 일어나 이런 광경을 말없이 바라보는 시간은 일종의 경이로운 평화다작가들은 자주 여행을 한다. 전기에 감전되듯 시상이 떠오르는 순간을 맞이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일부러 낯선 세계로 자신을 드러낸다. 작가란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느끼면서, 그것으로 마침내 글을 잉태해내는 존재인 것이다

새로움은 늘 영감을 준다. 변하는 것 가운데 변하지 않는 것과 변하지 않는 것 가운데 변하는 것은 모두 한결같이 작가들의 양식이 된다. 작가는 변화의 변곡점에 선 끊임없는 관찰자이며, 떠남과 정착의 사이클 경계에 서서 두 세계로부터 받은 영감을 글로 풀어내는 존재인 것이다

일상을 바라보는 작가의 눈은 특별나지 않다. 다만, 때론 조금은 더 다정하게, 때론 조금은 더 냉철하게 마음과 눈을 활짝 열고 세상을 바라볼 뿐이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에 들어오는 정보들을 글로 번역해낸다. 그렇다. 작가는 삶을 글로 번역해내는 존재인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과 아름다운 세상을 이 죄악이 가득한 세상에서

가느다랄지라도 조화롭게 보여줄 수 있는 글, 그런 글이 쓰고 싶다.

글 쓰는 잔재주는 깊은 삶에 대한 애착과 여러 순간을 지나며 쌓여가는 경험들을 차곡차곡 보듬으며 길어낸 통찰력과 만나야 한다. 그럴 때만이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비로소 소통하는 글을 탄생시킬 수 있다. 한 가지 전문적인 지식을 나열해대는 지식소매상이 되길 원치 않는다. 정갈하게 갈고닦은 장인의 도구가 되어주고, 뜻 모를 목마름도 해갈시켜주는 향기롭고 깊은 우물과도 같은 글을 쓰고 싶다

산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 뚜렷한 윤곽으로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위용을 뽐낸다. 저기 저 멀리엔 눈이 덮인 산봉우리도 보인다. 언뜻 보면 어울리지 않는 듯한 이런 광경이 바로 자연의 조화인 것이다. 아름다운 사람과 아름다운 세상을 이 죄악이 가득한 세상에서 가느다랄지라도 조화롭게 보여줄 수 있는 글, 그런 글이 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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