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사역자의 처지와 체질에 대한 단상
여성사역자의 처지와 체질에 대한 단상
  • 강호숙
  • 승인 2018.12.08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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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숙
강호숙

요 며칠 여성사역자들로부터 하소연을 듣게 되었다.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사역했건만 이들에게 돌아오는 건 "여성사역자라서 싫다", "주일학교 부서관리를 못 한다", "여전도사의 학위가 부목사보다 높아서 부담스럽다"는 평가였다고 한다이런 하소연을 듣다 보면, 남성 위주의 사역 문화로 인해 배려받지 못하거나 심지어 함부로 취급당하는 여성사역자들이 측은해진다.

왜 교회는 여성사역자들을 이렇게 대하는 걸까? 신학대학원 재학 시절 집 근처 상가교회에서 무보수로 사역했다. 그렇지만, 그 교회의 목사는 나에게 "여자 주제에 사역할 수 있게 해 준 것만 해도 감지덕지로 여겨라"는 고압적이며 권위적인 답변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런데 문제는 여성사역자들이 이러한 남성 중심의 사역 환경과 처지를 그대로 답습하면서 살아남기 위한 나름의 체질을 습득하게 된다는 데에 있다. 인사권을 쥐고 있는 담임목사나 장로, 부목사들과 같은 남성들에겐 굽신거린다. 그렇지만, 같은 여성사역자들에겐 갑질을 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근성으로 길들고 있음을 보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마치 사역의 내공인 것처럼 우쭐해 하는 모습이 감지될 때, 참 서글프고 아팠다.

같은 여성사역자들에게 갑질을 하면서도

자신은 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여성사역자들의 체질과 습성

남성 사역자들의 범주를 벗어난 여성사역자들만의 체질과 습성은 같은 여성사역자들에게 고스란히 상처와 갑질로 악순환되는 현실이 되고 마는 것이다. 남성들에게 받은 상처나 트라우마를 자신 스스로가 해결하지 못한 채, 같은 여성사역자들에게 갑질을 하면서도 자신은 늘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여성사역자들의 체질과 습성은 또 다른 여성사역자들 에게 피해와 상처를 남기게 되는 경우가 너무도 많은 것이다.

여성사역자들에게 부탁하고 싶다. 첫째는 남성 중심적인 사역 문화에서 남성들의 부당한 갑질과 무시를 감안하면서 사역하든지, 아니면 도전정신으로 교회를 개척하여 여성사역자의 독특함과 창의성을 발휘하든지 했으면 한다. 둘째는 여성사역자 스스로 주님이 인정하신다는 '복음적 자존감'을 가져야 한다. 남성 사역자들의 갑질과 위계를 철저히 거부하고 인간존중과 '페어 정신'(fair spirit)으로 꿋꿋하게 사역했으면 한다.

여성사역자들이 자신 안에 똬리를 틀고 있는 가부장적인 체질과 피해망상적인 습성을 과감히 떨쳐버리고, 같은 여성사역자들을 바라보는 시선부터 따스하고 공정하도록 노력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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