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루 룩' 옷 입은 것은 외설죄?
'시스루 룩' 옷 입은 것은 외설죄?
  • 김동문
  • 승인 2018.12.03 00: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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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라니야 유세프(44)

 

이집트 배우 라니야 유세프(Rania Youssef, 44)가 카이로 영화제 행사에서 속이 비치는, '시스루 룩'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이집트 변호사들에 의해 고발을 당했다. 혐의는 외설죄’(공연음란죄), 풍기문란죄, 과다노출을 통한 대중 선동죄 등의 혐의였다문제는 지난 주 목요일에 카이로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린 카이로 국제영화제 행사에 다리가 다 드러나는 옷을 입고 등장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트위터 갈무리
트위터 갈무리

논란이 일자 라니야는 거듭 자신의 트위터 계정에 사과문을 올렸다. 요약하자면 이런 내용이었다. '이런 일이 벌어질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모든 이들이 내가 선한 의도를 갖고 있었다는 것과 내가 누군가를 화나게 할 의도를 갖고 있지 않았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리고 다시 한 번 사과한다. 여배우로서 팬들에게 긍정적인 신뢰와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어야 했다.'  이를 두고 찬반양론이 빚어지고 있다. 이집트에서는 여성들의 외출시의 복장을 두고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집트 여성들의 90% 안팎이 외출시에 최소한 스카프를 두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기 때문이다아랍 이슬람 세계의 여성의 외출시의 옷차림의 종류는 다양하다, 맨 얼굴부터 머리 스카프, 무슬림 여성용 히잡, 눈만 내놓고 다니는 니깝, 완전히 가리고 다니는 부르카 등이 그것이다. 당신은 아래의 옷차림 중 어느 것이 무슬림 여성의 외출복장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20135월에 실시되어 그해 12월에 발표된 미국의 매릴랜드대학(University of Maryland)의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이집트 성인 남녀 무슬림 3,496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여성의 적절한 외출시의 옷차림에 대한 반응이 아래와 같았다. 아래의 표와 같이 이집트 무슬림 응답자의 95%가 최소한 머리 스카프를 착용하여야 한다고 응답했다.

PEW 연구소

이런 보수적인 사회 분위기 속에서, 이번 라니아 유세프의 노출 복장 논란을 이해할 수 있다. 옷차림 논란을 넘어서, 이집트 여성을 바라보는 사회 통념의 단면을 조금 더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3월 13일자로 보도하였던 "이슬람 세계에 번져가는 "#MosqueMeToo 기사 내용 가운데 아래와 같은 언급이 있다. 기사를 그대로 옮겨본다.

일상화된 성적 학대

여기서 이슬람 세계의 여성들이 겪는 성폭력 현실을 짚어보는 것이 필요하다. 물론 이것은 일반화시킬 수 없는 것이며, 이런 현실을 이슬람 종교성과 직접 연결시키는 것은 무리가 있다. 최근에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일어나는 여성들에 대한 다양한 영역에서의 제한 조치가 해제되는 것이나, 1970년대 이란이나 아프가니스탄의 무슬림 여성들의 개방적이고 진취적이었던 현실을 떠올려봐야 한다. 그것은 이슬람 종교성보다 정치 또는 정치화된 종교가 어떤 정책을 펴느냐에 크게 좌우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슬림 다수 국가의 여성들의 성폭력 노출 정도를 과학적으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공식적인 한 연구 결과를 통해 다른 지역의 무슬림 여성들의 삶의 정황을 가감해볼 수 있을 것 같다.

유엔 성평등기구의 이집트의 여성 성추행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거의 모든 이집트 여성들이 성희롱의 희생자"라고 답했다. 99.3 %의 여성이 성희롱을 당했다고 보고했다. 거의 모든 이집트 여성들이 성추행의 희생자라고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성추행의 가장 일반적인 형태는 성희롱과 휘파람을 부는 것 87.7%, 음흉한 눈으로 여성의 신체를 훑어보는 것 75.2%, 전화 스토킹 70.7% 성적 농담과 음담패설 62.5%, 스토킹과 추근거림이 62%, 부적절한 신체접촉 59.5%이 그 뒤를 이었다.

거리에서 겪는 성추행이 97.2%였고, 날마다 성추행을 경험한다는 응답이 절반인 49.2%에 이르렀다. 이집트 사회의 만연한 성폭력 문화는 사실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아랍의 봄 시위 현장에서도 시위에 참여한 여성들이 동료 시위대 남성들에 의해 공공장소에서 성폭력을 경험하고, 심지어는 현 대통령의 취임을 축하하던 행사(2016년 6월 8일, 현지시각)가 열린 따흐리이르 광장(우리나라로 비유하면 시청 앞 광장이나 광화문 광장 같은 곳)에서도 집단 성추행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런데 눈길을 끄는 것은 2011년 아랍의 봄 이전에 비해 성추행 경험이 늘어났다는 응답자가 48.9%를 차지한 것이다. 그것은 치안 상황이 이전에 비해 약화된 것도 한 몫 한다. 이집트 당국은 2014년 6월, 성추행범에게 최저 6개월에서 최고 5년까지 징역형을 내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런 분위기로 인해 이집트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한편 라니야에 대한 이번 고발건에 대한 재판은 내년 1월 12일에 시작된다. 만일 유죄가 인정될 경우는 징역 5년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 풍기논란과 방탕 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들도 이어지고 있다. 2015년에는 밸리댄서인 Shakira와 Bardis가 6개월형을 선고받았으며, 2017년에는 가수 Shyma와 뮤직 비디오 감독이 방탕 혐의로 2년형을 선고받았다. 한편 트위터에는 라니야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큰 상황에, 그를 응원하는 راينا_يوسف# 해쉬태그가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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