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발적 이슈였지만, 새기고 곱씹으며
도발적 이슈였지만, 새기고 곱씹으며
  • 양희송
  • 승인 2018.11.29 13: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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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면 되는데 .. " - 5
청어람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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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래도 faith mission에 대해 뭐라도 쓰고 지나가야 할 것 같아서 몇 자 적습니다우선 저도 다른 분들과 마찬가지로 댓글 논란에 유감입니다. 특히 제가 공유했던 글을 쓰신 IVF 김종호 전 대표께 죄송한 마음입니다. 난데없는 논란의 장으로 끌어들인 셈이 되었으니까요. 하여튼 아직도 이 교수님이 '왜 그러셨을까?' 의문이긴 합니다. 우발적 실수로 생각하긴 합니다만, 입맛은 씁니다. 그 아래로 거친 댓글들이 적지 않게 달려 더 쓴 감정을 주고받은 셈이 되었습니다. 확인해 보니 논란 후에 저희 후원계좌로 송금을 하셨더군요. 여전히 진의는 잘 모르겠지만, 잘 모르면 선의로 해석하기로 했습니다.

유익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여기저기서 연말 후원 요청을 고심하던 분들의 묵상 주제가 되었고, 이를 빌미로 이런 논의를 꺼내놓을 기회가 되기도 했습니다. 도발적 이슈였지만, 새기고 곱씹으며 선을 이루는 데 쓰였다고 생각합니다. 저도 바로 댓글 달지 않은 이유가 faith mission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이 좀 있었기 때문입니다.

두 가지 측면이었는데요. 하나는 faith mission의 오용에 대한 우려입니다. 계획을 세우고, 필요를 알리고, 헌신을 독려하는 것보다 '오직 하나님께만 필요를 아뢰고 기다리는 것'을 우월한 신앙적 태도로 여기는 것은 그 장점에도 불구하고, 여러 가지로 오남용되어 왔습니다. 저는 faith mission이 수미쌍관 완결적이려면, 그 필요만 하나님께 아뢰는 것이 아니라 그 응답도 하나님께만 확인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응답받았다'는 간증을 남발하는 식으로 사람들의 마음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반쪽짜리 faith mission입니다. faith mission에 대한 상찬은 그에 대한 비판적 긴장 없이 일방적으로 강변될 일은 아니란 생각입니다. (댓글의 여러 격한 반응들은 그런 폐해를 사람들이 이미 잘 인식하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고 봅니다)

둘째는 모금과 후원 요청에는 faith mission 원칙이 없는가입니다. 저는 모금과 후원에도 '하나님께 그 필요를 아뢰고 의지하는 자세'는 필수적이라고 봅니다. 요청한다고 다 후원과 기부를 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 판단과 결정의 과정에 개입하는 요소가 얼마나 많습니까? 그걸 인간이 다 개입하고 조종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그리고 대부분 그 후원 여부에 대한 판단은 모금자의 역량보다는 기부자의 결정에 달려있습니다. 모금자가 일방적으로 영향을 끼쳐서 원하는 후원을 얻어갈 수 있다면 사실 그건 강제로 세금을 걷거나, 갈취하는 것이지, 후원이거나 기부일 수는 없습니다.

우리의 필요를 하나님과 사람들 앞에 아뢰고, 그 결과를 기다리는 과정에서 저는 faith의 속성을 많이 배우고 훈련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후원이 연결되는 것 역시 드라마틱한 하나님의 응답입니다. 모금과 후원전문가들은 이 전체 과정이 윤리적 원칙 위에서 투명성 있게 진행되는 것이 최선이란 이야기를 하는 것이고, 그리스도인들은 그 위에서 신앙적 훈련을 하는 것이지, 이것은 인간적인 것이고 faith mission은 영적인 것이란 구분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성경에도 바울서신에 수도 없이 자신의 필요를 알리고 헌금을 요청하는 내용이 등장하니, 비성경적인 것도 아닙니다.

청어람이 지난 2013년 명동에서 신촌으로 옮길 때부터 사실 우리는 아무런 확보된 자원 없이 흘러왔습니다. faith mission은 그때부터 시작되었고, 막막한 상황에서 연결된 개인 후원자들이 저희에게는 하나님의 응답이었습니다. 저희는 그분들을 조직한 바 없습니다. 그 과정에서 가장 놀란 것이 저희들이었으니까요. 어쩌면 가장 faith mission에 충실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후원이 안 되면 그 일은 접을 수밖에 없었고, 하나님의 도우심은 거기까지라고 생각했는데, 사무실이 돌아가고 스탭들의 인건비를 감당할 만큼의 후원이 이루어졌으니, '전진' 신호로 여길 이유가 충분했지요. 제가 누군가를 압박할 위치도 아니었고, 읍소를 한 것도 아니니 이것은 고스란히 하나님이 하신 일 아닙니까? 동시에 그 후원자들께서는 저마다 하나님의 뜻을 읽었겠지요. 그리고 그간 청어람이 무슨 일을 어떻게 해왔는지 평가하고 판단하셨겠지요. 각자의 판단과 하늘의 확신이 어우러진 일입니다. 이것 역시 신앙적 결단입니다.

이 논란 와중에 전주의 차정식 교수께서 저희 후원을 지지하는 글을 올려주셨네요. 매년 후원요청서와 함께 보내는 보고서가 알차다고 평가해주셨습니다. 여러 곳 후원해 보았지만, 이 정도로 보고하는 곳 흔치 않다고 칭찬해주셨습니다. faith mission을 한다고 해도 재정 투명성과 책임성 있는 보고를 피해 가서는 안됩니다. 회계와 행정처리는 늘 쉽지 않지만, 사회적 기준에 비추어도 뒤처지지 않도록 노력합니다. 내년도 후원 요청 편지를 써야 하는데 며칠 사이에 꽤 정서적 소모전을 치렀습니다. 이제 편지를 쓰러 가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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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양희송대표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실린 글(https://www.facebook.com/heesong.yang/posts/10218417110925512)을 옮긴 것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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