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을 받는 삶 - 김종호목사
후원을 받는 삶 - 김종호목사
  • 드림투게더
  • 승인 2018.11.29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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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하면 되는데 .." - 2
김종호
김종호

IVF 간사는 후원자들의 후원으로 급여를 받아 산다. 92년에 간사가 된 후로 벌써 27년째다. 이런 삶을 살게 되리라 예상 못 했고, 이렇게 오래 가리라 짐작 못 했다한국 대표직을 사임하는 것이 먼저 결정되었고, 후에 IFES 동아시아 부총무 일에 대한 제안이 들어왔다. 아내는 즉시 반대 의사를 밝혔다. IFES 일을 한다는 것은 지금까지 후원에 의지한 삶이 이어질 뿐 아니라, 추가적인 재정 모금의 부담까지 후원자들에게 안기는 결정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결정은 그래서 쉬운 일은 아니었다후원으로 살 때, 그 삶은 본의 아니게 공생애가 된다. 누가 뭐라 하는 사람은 없지만, 사적인 삶을 살지 못하고 돈을 쓰는 것과 지출의 우선순위 등에 자기검열이 들어가게 된다. 게다가 간혹 경제적인 고민을 겪을 때면, 남의 호의에 의지해 사는 인생을 원망도 하게 된다. 몇 년 전 계획에 없던 이사에서 쫓겨나듯 해야 하는 일을 겪으며, 아내는 그 고통을 마음 한구석에 조용히 접어 넣어야 했다.

한 사람과 그의 가족들이 걸어가는 길을 내가 함께 가야 할 길로 여기며 수십 년간 후원해줄 수 있다는 것은 참으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분들의 애정과 삶의 헌신이 지금까지 내가 이 일을 안심하고 할 수 있는 기반이 되었다. 말과 혀로만 사랑하지 않고, 행함과 진실함으로 사랑을 베푼 믿음의 동지들이다. 고마운 얼굴들이 수도 없이 떠오른다. 의미와 명분에 공감해 한번, 혹은 잠시 후원하는 것을 넘어 평생을 함께해준 후원자들을 생각하면 숙연한 생각까지 든다.

지난 주간 한 동남아 국가에서 현지 간사들을 대상으로 후원 개발 훈련을 진행했다. 훈련 중에 함께 고린도후서 8, 9장을 공부했는데, 8:10에 이런 말이 나온다: "이 일(마케도니아의 어려운 형편을 구제하는 헌금)은 여러분에게 유익합니다”. 그래, 어떤 유익이 있을까 곰곰 생각해보지만, 그 답은 내가 쉽게 찾기 어려운 것들이다.

아내는 결국 내 앞길을 막지 못해 승낙했다. 내 고집도 알고, "네 남편처럼 이 일에 적합한 사람이 또 있겠냐?"는 한 선배의 말에 동의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내가 나가서 돈을 벌면 많이 벌 수 있다"는 큰소리는 앞으로도 당분간 입증해 보일 수 없게 되었고, 또다시 후원에 의존하는 삶을 이어가게 됐다. 고마움과 함께 갖게 되는 부담감은 부르심을 따라 살아갈 때 지게 되는 마음의 짐 중 하나라 여긴다. 그리고 이 일을 통해 후원자들이 얻을 수 있는 유익의 하나는, 내 삶이 맺은 결실을 함께 확인하며 느끼는 보람이라 여기며 다음 길을 준비한다. 그렇게 후원을 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이 같은 보람과 기쁨을 느끼게 된다면, 이 또한 뜻깊은 일 아니겠나 생각하며.

 

이 글은 김종호 목사의 페이스북 담벼락에 실린 글(https://www.facebook.com/jonghone/posts/10218462970314340)을 옮긴 것입니다. -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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