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의 향기와 리트머스 시험지
그리스도인의 향기와 리트머스 시험지
  • 강호숙
  • 승인 2018.11.21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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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esus Mafa
Jesus Mafa

요즘처럼 '성경적', '하나님의 은혜', '사랑', '믿음'이라는 귀한 단어들이 혼잡스럽고 가벼이 여겨지는 때가 있었을까? 같은 성경을 보는데도 한편에선 사랑과 평화를 외치고, 다른 한편에선 그 사랑은 '거짓 사랑'이다, 그 평화는 '거짓 평화'라며 상반된 말을 천명하니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세상의 정욕과 안목, 지혜와 자랑을 전복시킨 하나님 나라의 능력이요 구원의 지혜이다. 하여 십자가를 바라보는 자는 자신의 욕심과 욕망을 못 박는 일부터 시작해야 하리라 본다. 그런데 한국교회 주류는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교세 확장과 자신들의 욕망을 채우는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으니 통탄할 노릇이다어느새 공룡처럼 거대해진 교단 앞에 나약하기 그지없는 그리스도인으로서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아갈 것인가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는 중에 고후 2:14~17절을 읽다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사람은 그리스도의 향기라는 말씀이 새삼스럽게 와닿았다.

입으로 '하나님과 성경'을 주절거린다고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각각 자신이 거한 곳과 삶에서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를 나타내는 사람이 진정 그리스도인이라는 것을 말이다. 기도하고 성경 보고 말씀 많이 읽고 십일조와 주일성수, 예배 참석한다고 그리스도인이 아니라, 자신이 거한 곳 어디를 가서든지 그리스도가 누구셨는지를 알 수 있도록 보여주라는 것이니 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가! 자신의 욕망과 욕심이 드러나면 그리스도의 모습이 드러날 리가 만무하니 말이다.

강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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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그리스도를 아는 냄새는 이중적인 반향을 가져온다는 사실이다. 그리스도의 향기는 마치 '리트머스 시험지'와 같아서, 구원을 얻는 자들에게와 망하는 자들 모두에게 서로 다른 냄새를 풍긴다는 것이 놀랍다. 우리는 교단이 정해놓은 방침에 따라 움직이는 게 확실한 구원을 얻을 것으로 착각하나, 성경은 그리스도를 믿는 개인이 그리스도의 향기여야 함을 말씀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게 그리 만만하지 않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그리스도의 향기는 사망에 이르는 자에겐 사망에 이르는 냄새를, 생명에 이르는 자에겐 생명에 이르는 냄새로 반응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나는 '그리스도의 향기'를 발할 수 있는 추동력을 '하나님 앞에서''그리스도 안에서'라는 두 단어에서 찾고 싶다(고후 2:17). 바울은 여러 서신에서 '그리스도 안에서'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함을 알 수 있다'그리스도 안에서'라는 말의 의미를 찾아내기란 그리 쉽진 않겠다 싶다. 하지만 한 사람의 삶의 모습에서 그리스도가 보여준 삶의 향기가 보인다면, 그 사람은 하나님 앞에서와 그리스도 안에서 사는 사람임을 보여주는 건 분명하다고 생각한다

그리스도의 향기로 살아가기가 엄청 어렵다는 걸 고뇌하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마는, 그런데도 그리스도의 향기가 조금이라도 삶에서 풍길 수 있도록 힘쓰는 것 역시 그리스도인의 사명이 아닐까 한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향기를 맡는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게 일어날 수밖에 없음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다. 그리스도의 향기는 우리의 생애를 통해 지속해서 감당할 신앙적 맷집과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서 자신의 욕망을 못 박을 때에야 풍겨 나오는 '지독한 향기'일지도 모르겠다.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다는 게 그리 만만하지 않음을 새삼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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