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 관한 책 읽고 밑줄 치기
'고통'에 관한 책 읽고 밑줄 치기
  • 옥수정
  • 승인 2017.11.16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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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리 크랩(Larry Crabb), 고통 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하다, 복있는사람, 2009년
래리 크랩, 고통 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하다, 복있는사람, 2009년
래리 크랩, 고통 속에서 하나님을 발견하다, 복있는사람, 2009년

살다 보면 앞이 캄캄한 혼란과 고통에 빠지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어두운 시절에 내가 배운 가장 중요한 교훈이 있다면, 그것은 이생에서는 고통과 문제를 피할 도리가 없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하나님께 순종하고, 영적 훈련에 매진하고, 그리스도인의 정체성을 주장해도, 문제는 계속된다. 그러나 나는 확신한다. 하나님을 알기 원하는 우리의 갈망보다 우리에게 자신을 알리고 싶은 하나님의 갈망이 훨씬 크다는 사실을 말이다. 하나님의 가장 중요한 사역은 바로 우리 안에 그분을 알고자 하는 갈망을 키우시는 일이다. 그것은 힘들고 지루한 작업이지만, 하나님은 집요할 만큼 이 작업에 힘을 쏟으신다. 그 길은 험하고 이 길로 들어서는 사람도 상대적으로 적지만, 충분히 값어치 있는 여정이다.

하나님은 내가 그분을 찾을 수밖에 없도록, 내가 가장 원하는 것을 깊이 깨닫지 않을 수 없도록 아주 혹독한 자비를 베푸셨다. 하나님은 자기 자녀를 성심껏 돌보시기에, 우리의 고통을 완화해주고 문제를 해결해 주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그분의 사랑은 우리에게 가장 좋은 것을 아시고 그에 맞게 행하시는 현명한 사랑이기에, 우리 자신보다 훨씬 흥미진진한 목적을 위해 살게 하신다. 우리를 끌어올려 영원한 왕국을 바라보는 초월적인 삶을 살게 하신다.

우리가 던져야 할 질문은 이것이다.

"나는 근근이 살아가는가, 아니면 하나님과 동행하는가? 내 한 몸 먹고살고,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발버둥치고, 내 성 쌓기만 급급하지 않은가? 나는 하나님을 알고, 나 자신보다 훨씬 원대한 계획에 참여해 하나님과 협력하며, 하나님 아버지가 아끼시는 아들을 닮아가고, 그리스도가 지금 짓고 계신 도성을 기다리는 일에 투신하고 있는가?” 

인생이라는 옷감은 손을 쓸 수 없을 만큼 갈기갈기 찢어졌다. 그 옷감을 완벽하게 수선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처음에는 낙심하고 좌절한다. 하지만 성령은 우리가 실과 바늘을 들고 다시 세상 속으로 들어가서 할 수 있는 한 세상을 고치게 하신다. 최고의 재단사이신 주님이 다시 오셔서 새 하늘과 새 땅을 지으실 때까지 말이다. 찢어진 부분을 완전히 복구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 일은 하나님만이 하실 수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인생을 깁는 것보다 더 큰 목적이 있다. 바로 하나님을 알고 그분을 영원히 누리는 것이다.

우리는 이생에서 주어진 모든 좋은 것을 감사히 받아 누려야 한다. 그것들은 우리에게 모든 것을 후히 주사 누리게 하시는하나님이 주셨기 때문이다(딤전 6:17). 하지만 이 좋은 것들은 전채 요리에 지나지 않는다. 주 요리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그리고 현재 그 요리를 가장 근사치로 맛볼 수 있는 방법은 그리스도와의 친밀감을 누리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전채 요리로 식사를 대신하려고 열심히 먹는다. 그러고는 배가 안 부르다고 불평한다. 좋은 사람과 결혼하면 만족스럽겠지, 내 일을 좋아하고 탁월하게 잘하면 만족스럽겠지, 또는 부자가 되면 만족스럽겠지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들은 다 전채 요리일 뿐이다. 허기는 여전하다. 하나님을 향한 허기는 바로 하나님이 주신 것이며, 이 땅에서는 완전히 채울 수 없음을 인정해야 한다. 인생의 가장 큰 기쁨도 우리를 만족시키지 못한다. 그 기쁨은 다만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음을 가리킬 뿐이다.

갈등이 전혀 없는 상태, 상대를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는 능력은 하늘에서나 가능할 뿐, 이 땅에서의 성숙 정도로는 안 된다. 내가 아무리 주님을 잘 안다 해도, 그분을 직접 만나보기 전에는 내 삶은 여전히 엉망일 것이다. “주님, 주님이 저의 전부라는 건 잘 압니다. 하지만 주님만으로 만족할 만큼 충분히 주님을 알지는 못합니다. 주님을 발견하게 도와주세요.” 타락한 구조의 기반에는 하나님의 선하심에 대한 의심이 있고, 이 의심은 기댈 수 없는 세상에서 나 혼자라는 두려움을 낳으며, 이 두려움은 나를 고통에서 지켜 주지 못하는 하나님에 대한 분노로 발전한다.

모든 인간의 영혼에 하나님께 도전하기 좋아하는 성향이 있는 것은 바로 이 타락한 구조 때문이다. 이 악한 구조는 하나님이 온전히 신뢰할 수 있을 만큼 선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 따라서 우리 힘으로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생각과 함께 형성되기 시작한다. 죄란 하나님의 선하심을 부족하게 여기고, 그 부족분을 스스로 메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하나님 대신 자아를 신뢰하는 것, 그것이 바로 죄다.

하나님은 고통 주기를 원치 않으신다. 나를 복 주시기 원하며, 나의 행복은 내가 그분을 발견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음을 아신다. 하나님은 나를 영원히 행복하게 해주려고 열과 성을 다하신다. 때로 내가 힘이 빠지는 이유는, 그것을 행하시는 방법이 내 생각과 다르기 때문이다.

내 목적을 이루는 데 하나님이 유용하기 때문에 중요시한다면, 하나님은 나를 피해 숨으실 것이다. 우리는 하나님을 더 알려 하지 않는다. 하나님을 아는 것이 우리 질문의 핵심이 아니다. 하나님을 이용해서 우리가 바라는 것을 얻기 원한다.

 

 거룩한 구조 : 나는 순종할 것이다.

나는 하나님의 선하심을 믿어. 어떤 상황이 닥치든 그걸 헤쳐 나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공급해 주실 것야. 그래서 나도 생명을 맛보고, 남들도 하나님의 선하심을 보게 될 거야. 문제는 여전히 있겠지만, 어떤 문제가 생기든 그걸 통해서 나는 하나님을 더 많이 알게 되고 남에게 하나님을 드러낼 수 있지. 나의 가난함을 알 때 오히려 자유로워져 하나님을 바라보게 될 거야.”

우리는 하나님을 발견하려는 열망만큼 하나님을 발견한다. 하나님을 찾으려는 열망이 다른 열망을 능가하기 전에는 하나님을 찾지 않을 것이다. 하나님을 이용해서 우리가 원하는 것을 얻기보다 하나님을 주님과 친구로 경험하고 싶은 마음이 들기 전에는, 하나님을 제대로 발견할 수 없을 것이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발견되기를 기뻐하신다. 다만 우리 인간과 하나님의 속성상, 하나님을 발견하려면 그 무엇보다, 그 누구보다 하나님을 간절히 원하는 마음이 있어야 한다.

너희가 온 마음으로 나를 구하면 나를 찾을 것이요 나를 만나리라. 이것은 여호와의 말씀이니라. 나는 너희들을 만날 것이며”(29:13-14)

이런 열망을 품기가 쉽지는 않다. 30분 일찍 일어나 큐티 시간을 갖는 것도 도움은 되겠지만, 그렇다고 일이 성사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갈망은, 심지어 하나님에 대한 갈망조차도 자기중심성으로 심하게 부패해서, 영적 훈련이나 종교 활동이나 뜨거운 찬양으로도 정화하기 힘들다. 하나님을 찾되 상급을 받으려면, 흥정하는 태도를 버려야 한다. 하나님을 진심으로 신뢰하면 마치 어린아이가 성탄절에 원하는 선물을 요구하듯이, 무엇이든 담대하게 요구할 수 있다. 그러나 하나님이 무엇을 주시든 그것으로 만족할 줄 아는 자유함도 더불어 갖게 된다. 인생이 바라는 대로 풀린다는 보장이 없다.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인생을 살아가면 어떻게 될지는 하나님께 달려 있다. 때로는 축복이 오겠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성공을 보장하는 공식들에 더 이상 희망을 걸지 말아야, 인생이 난해할 때도 하나님을 신뢰하고 진정한 소망을 품을 수 있다. 하나님은 결국 우리를 본향으로 인도하실 테니 말이다.

우리는 서서히 깨닫기 시작한다. 열심히 산다고 축복이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사실을. 책임 있게 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이 인생의 최우선순위여서는 안 된다. 선하게 살았다고 늘 보상을 받지는 못한다. 인생은 예측불가능하다. 이전에 겪은 실패로는 해석이 안 되는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할 때, 인생을 내 힘으로 꾸려 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사라진다. 그리고 하나님 외에는 대안이 없는 깊은 수렁에 빠진다. 그래서 가장 암울할 때 하나님을 향한 참된 열망이 우러나는지도 모른다.

우리의 최우선 목적은 하나님을 이용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통해 하나님을 찾아가는 것이다. 지속되는 어려움을 기꺼이 환영할 수 있는 이유는, 문제를 피하거나 극복할 능력이 우리에게 있는지 자문하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올바른 사람이 되려는 갈망을 당신이 하는 모든 일에서 그리스도를 높이려는 갈망으로 바꾸어야 한다. 열심히 연구하고 대화하고 논쟁하되, 하나님이 정말 자비롭고 선하신 분임을 알리는 방식으로 해야 한다. 온화한 확신이 차가운 교조주의를 대체해야 한다. 사랑의 수고로 늘 하나님의 성품을 드러내기 바란다.

치유 받으려는 갈망을, 소망을 주려는 갈망으로 바꾸어야 한다. 당장 모든 상처가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처가 있는 상태에서도 얼마든지 믿음의 역사와 사랑의 수고를 할 수 있다. 상처가 다 낫기를 기다리지 말고 먼저 섬기라.

 

글쓴이 옥수정은 나들목교회(김형국 목사)에서 고등부 간사로 근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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