벗들과 함께 하루살이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벗들과 함께 하루살이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 공인현
  • 승인 2018.11.16 05: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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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 스쳐 지나간 사역의 현장에서 경험했던 혼란과 아픔에서 벗어나기 쉽지 않습니다. 당시 간절한 부탁에 한 달간의 기도와 고뇌를 통한 저의 선택이었죠하지만 뜨거운 찬양과 기도가 가득했던 그곳에서 실제로 행해지는 불법에 강력히 반발하며 만류했지만, 권위의 불순종이란 평가에 저는 사역을 정리했었지요. 당시 저의 자의적 교훈은, 나의 열정, 헌신과 희생으로 교회를 더 주님 보시기에 합당한 공동체로 바꾼다는 생각이 제 교만이란 판단을 하게 되었지요.

요즘 들어 12년 전 연을 맺은 현재의 선교 사역지에 대한 고민과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됩니다황량했던 광야에 교회가 세워지고 그럴듯한 학교와 올해 초부터 시작된 보건소를 통한 의료사역, 최근에 그토록 갈망했던 지하수 개발의 1차 성공과 실제적 물 나눔을 위한 2차 공사가 한창인 지금, 마냥 행복하고 기대감이 가득하지 못한 저의 모습에 직면하게 됩니다.

공인현
공인현

물을 발견한 광야에 실질적인 물 얻기를 위한 공사가 시작되었다. 이런 저런 고민에 빠지게 된다. 물의 축복이 훗날 다툼의 여지가 되진 않을까! 나눔의 축복이 되지못해 인생의 탐욕으로 오염되진 않을까! 이것 또한 인생의 연약함으로 인해 인간다움을 발견할수 있는 은총이기에 괜한 미래의 염려가 행복이리라.

사람들과 가축들이 물을 얻게 될 주위에 잎사귀가 영그는 나무들을 심어야지.가능하면 예쁜 꽃의 자태를 뽐내는 나무들도 함께 벗이 되도록 심기우고 싶어진다. 물을 찾아온 존귀한 생명의 땀을 식히고 그늘막이 되기를 바라면서

사역의 헌신과 열정이 빚어낸 사역의 성과물(?), 도리어 가진 게 없고 늘 부족했던 그분들에게 있었던 과거의 순수함을 훼손시키고 있는 건 아닌지! 눈에 보이는 건물과 성과들이 인간의 내재한 탐욕의 씨앗을 움트게 하는 건 아닌지! 더욱 나아져 가는 환경이 또 다른 소유욕과 탐심을 충족시키는 개발의 후유증을 가져다주는 원인 제공자가 된 건 아닌지!

이런 고민이 성과를 얻기 위해 눈먼 사역자가 되어선 안 되지 라고 다짐하는 자기성찰의 시간이라고 스스로 토닥여 봅니다. 어쩌면 기독교 역사에 한 세기 이상 본질을 유지하고 선한(?) 영향력을 흘려보내는 개교회, 공동체들은 없지 않을까! 아니면 적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사람을 내가 바꿔야지 하는 한계를 넘어서는 교만에 스스로 갇히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현재 지구별의 한 변두리에서 내게 주어진 삶, 그리고 벗들과 함께 하루살이로 살아가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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