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그들만의 잔치'가 나는 지겹다
우리들의, '그들만의 잔치'가 나는 지겹다
  • 홍성우
  • 승인 2018.11.15 2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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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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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초등학교 때도 제법 열심히 있었다. 중학교 들어서는 더욱 열심이었다. 교회를 옮기고 나서도 물론 열심이었다.

흔히들 말하는 '교회 오빠' 엘리트 코스를 밟았다. 중고등부 회장, 찬양팀 리더, 청년회장을 했다. 유초등부 교사, 중고등부 교사를 쉼 없이 해오다가 신학대학원을 들어갔다. 그러나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열심히 했다는 말이지, 착하게 살았다거나, 거룩했다거나 이런 말들은 나와 거리가 멀다.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다가 돌아보니, 내 주변엔 온통 기독교인들뿐이었다. 어느 순간 내가 이러려고 신앙생활을 열심히 하였나 하고 자괴감이 들었다. 세상 문화를 사탄의 문화라며 적대시하는 교회문화 속에서 난 그 누구보다 열심이었다. 결국 내 주변엔 크리스천만 남았다.

그래서인가. 내가 목사와 선교사라고 불리기 싫은 이유 중 하나는, 그것이 교회 밖 사람들에게 꽤 큰 거리감을 주기 때문이다. 내가 말리의 아이들을 돕고 싶은 이유는, 그들을 개종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그들의 이웃, 친구로서 해야만 하는 일을 할 뿐이다.

기독교인이 아닌, 교회 밖의 사람들과도 나는 그들의 이웃, 친구가 되고 싶다. 개종을 위한 이웃, 개종을 위한 친구가 아닌, 우리가 흔히 말하는, 그 정겨운 말, 이웃, 친구 말이다.

난 나의 말과 글에서 기독교인들만이 사용하는 단어들을 빼고 있다. 무의식적으로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기독교인들의 단어가 가끔 나를 놀라게 한다. 그렇지만 난 이제 그런 말들을 사용하고 싶지 않다. 가끔 목사님들의 글과 설교를 보면 나조차도 이질감이 느껴지는 그들만의 언어가 불편할 때가 많다.

교회 안에서의, 마치 세상 밖에 존재하는 듯한 그들만의 잔치를 넘어서는, 세상 속의 교회 모습을 나는 갈망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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