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웅의책과일상] 이스라엘 멸망사에 흐르는 예언자적 목소리
[김영웅의책과일상] 이스라엘 멸망사에 흐르는 예언자적 목소리
  • 김영웅
  • 승인 2018.12.06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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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락, 성경 속 왕조실록, 도서출판 샘솟는기쁨, 2018년
배경락, 성경 속 왕조실록, 도서출판 샘솟는기쁨, 2018년

목격자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하여 동일한 시공간에서 일어난 역사적 사건들을 서로 다른 시기에, 서로 다른 저자에 의해서, 서로 다른 관점에서 기록한 네 개의 책이 신약의 사복음서라면, 구약에도 동일한 이스라엘의 왕정 시대를 서로 다른 관점에서 기록한 두 권의 책이 있다. 열왕기서와 역대서가 바로 그것이다. 두 책의 구체적 차이는 신학자들의 몫이겠지만, 일반 성도의 입장에서도 그 명징한 차이는 직접 읽으며 어렵지 않게 느낄 수 있다. 동일한 왕의 통치가 기록된 부분을 간단히 비교만 해봐도 두 저자의 서로 다른 목적이 무엇인지 충분한 짐작이 가능하다.

열왕기서는 이스라엘 멸망사다. 긍정적인 뉘앙스로 동일한 역사를 기록한 역대서와는 달리, 열왕기서 전체에 흐르는 분위기는 꽤 우울하고 부정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열왕기서 저자의 역사 기록 목적은 단순한 역사 전달이 아닌, 그 역사라는 증거를 통해 도출할 수 있는 중요한 신학적인 메시지 전달에 있다.

열왕기서의 신학적 메시지는 이스라엘의 멸망 원인을 기술해가며 반복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것은 곧 나그네된 신분을 잊고 여호와 하나님이 아닌 다른 우상을 섬겼던 것에 대한 사실적이고 통렬한 비판, 그리고 그것을 통한 반성과 회개의 촉구이다. 예언서들을 읽을 때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이는 곧 이스라엘의 회복 소망으로도 이어진다.

열왕기서는 역사서이지만 그 저자는 역사가적 입장이 아닌 다분히 예언자적 입장에 서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비판과 반성은 회복을 소원하는 간절한 바람을 나타내는 것이며, 그 바람은 은혜가 풍성하시고 죄인들의 돌아옴을 언제나 기쁘게 받아주시며 언제나 동일하시며 온 세상을 주관하시는 여호와 하나님의 신실하심에 기초를 두고 있다. 언뜻 암울하게만 읽힐 수 있는 열왕기서의 기저에는 하나님에 대한 강한 신뢰가 흐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목회자나 일반 성도 모두가 읽기 쉽게 쓰여졌다. 전문적인 신학지식이 없어도 이 책을 읽는 데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저자의 쉽고 친절한 설명 덕분에 성경에 대한 관심과 성경을 직접 읽고싶은 마음이 증대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이 책은 열왕기서의 한 장 당 한 챕터씩 다루고 있지만, 자세한 주해서는 아니다. 그렇다고 저자의 개인적 묵상만을 옮겨놓은 묵상집도 아니다. 이 책은 그 두 스탠스의 경계에 위치한다.

 

이스라엘의 멸망 수순은 내리막길을 걷고있는

한국 기독교 상황과도 놀랍도록 유사한 면이 있다.

또한 이 책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각 챕터 당 이스라엘 역사를 열왕기서 순서에 따라 네 페이지 안팎으로 쉽고 간단하게 풀어주고 있는 것이다. 또한 매 챕터의 끝마다 항상 오늘날 한국 기독교의 상황과 연결을 시키며 현재를 살아내는 우리에게 필요한 반성과 회개, 개혁을 예언자적인 목소리로 덧붙이고 있는 부분이다. 세상 한 가운데에서 세상과 구별되어 세상를 정화시키고 사랑과 섬김을 비롯한 여호와의 정의와 공의를 실천해야 할 기독교가 개독교가 되어버린 한국의 씁쓸한 상황을 조금이라도 인지하고 있다면, 저자의 이러한 목소리는 결코 작게 들리지 않을 것이다. 여호와 하나님이 통치하시는 신정국가라는 정체성으로 시작한 이스라엘의 멸망 수순은 내리막길을 걷고있는 한국 기독교 상황과도 놀랍도록 유사한 면이 있기 때문이다.

복음이 사적인 안위만을 위한 수단 정도로 전락해버리고, 하나님나라가 개인의 평안만을 뜻하는 용어로 추락한 이 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메시지는 예언자들의 목소리일 것이다. 예수의 태어나심과 죽으심과 부활하심만을 강조하여, 죽으면 어딘가 있을 천국으로 가는 구원 티켓을 얻거나, 이 세상의 부귀영화를 마치 하나님의 함께 하심과 하나님의 능력을 대변하는 것처럼 여기는 타락하고 혼합된 믿음이 아닌, 예수가 공생애 기간 중 행하신 일들에 흐르는 하나님나라, 구약이 동일하게 외치고 있는 정의롭고 공의로운 세상을 성령의 가르치심과 인도하심을 따라 구현해내는, 행동하고 살아 숨쉬는 믿음일 것이다. 배제와 혐오를 배제하고 혐오할 수 있는 바른 눈과, 가난하고 소외되고 억눌린 약자들을 돕는 사랑의 마음과 손과 발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이것이 과거 패망의 아픈 원인을 기록한 열왕기서의 저자와 이 책을 쓴 저자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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