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꿎게 화만 내다 말 상황이어서는 안된다
애꿎게 화만 내다 말 상황이어서는 안된다
  • 양희송
  • 승인 2017.11.14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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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교회 문제는 몇 가지 층위를 나누어서 처리할 문제
jtbc 뉴스 화면 갈무리 ⓒ 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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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글은 양희송 대표의 페이스북 담벼락 글을 양대표의 동의를 얻어 옮긴 것입니다. 명성교회 세습 국면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할지에 대해 실제적인 방향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 편집자 주

 

오늘(11/14) 저녁 7시 장신대에서, 교회세습반대기도회가 있습니다. 노회와 총회가 책임 있게 움직이지 않으면 애꿎게 화만 내다 말 상황입니다. 저는 이 사안은 몇 가지 층위를 나누어서 처리할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노회와 총회는 과감하게 법과 원칙을 어긴 명성교회에 징계를 내려야 합니다. 하염없이 시간을 끌 것이 아니라 사안의 시급성과 엄중함에 비추어 신속한 처리가 필요합니다. 세습을 원인무효로 돌리지 않는 한 제명하고 퇴출하는 것이 옳다고 봅니다. (소송으로 반발하더라도, 그건 나중 일이고, 먼저 처리하지 않고 늦추면 세습현실이 기정사실화 됩니다.) 교단 내에 명성교회의 영향력 등의 현실적 상황을 놓고 좌고우면할 일이 아닙니다. 제도와 규정이 이렇게 공공연히 무너진 상황을 바로잡으려는 적극적 노력도 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교단은 더욱 무능하고, 유약해질 것입니다. 어차피 상징적이든 실질적이든 해체 위기에 놓일 것입니다.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교단의 규모가 작아질 각오하고서 할 일입니다.

최근 한국의 촛불정치에서 배운 바를 적용하자면, 총회가 명성교회 퇴출을 못하거나 미온적이면 총회장을 비롯한 총회의 핵심부터 탄핵해야 합니다. 권한과 책임을 진 사람이 원칙대로 움직이게 해야 합니다. 이게 처리 안 되는 것을 봐야 총회나 총대 구성이 왜 저 모양이냐는 비판의식이 싹트겠지요?

둘째, 세습과 관련된 개교회의 욕망과 의지를 비판하는데 여전히 난점을 겪고 있습니다. 이 주제는 좀 더 논리를 세워갈 필요가 있습니다. 대형교회 자체가 나쁘다, 모든 세습이 나쁘다는 당위론에서부터 한국의 중대형교회 세대교체의 현실적 문제도 있습니다. 다른 중견교회에서 목회자를 빼오는 식의 청빙제도, 원로와 후임사이의 갈등, 은퇴과정에서 벌어지는 예우 문제, 신학생들의 계급화와 권력에 대한 순치화 문제, 교계 언론의 침묵, 노회와 총회의 어이없는 정치력 등, 꼽자면 한이 없습니다.

세습은 한국교회 모순의 한 정점이지만, 증상입니다. 그것을 가능하게 하고, 필연적으로 요구하는 내부의 구조적 문제들을 건드리지 않으면서 증상만 없앨 수는 없습니다. 세습과 관련한 정합성 있는 논의가 가능하도록 살펴야 할 지점들을 제대로 토론해야 합니다. 신학자들과 운동가들은 여기에 나서야 합니다. 교계의 현상유지를 위한 토론이 아니라, 기독교의 이상 추구를 위한 토론이어야 합니다. 마르틴 루터도 이런 것을 하다가 종교개혁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셋째, 좀 앞질러가는 이야기가 될 수도 있겠지만, 현재 300여개에 이른다는 세습교회들과 관계설정을 어떻게 할지 정해야 합니다. 적폐로 규정하고 청산할 대상으로 여길 것인지, 불가피하게 주어진 한국교회의 현실로 인정하고 공존을 모색할 것인지... 정서적 스탠스도 그렇지만, 입장도 개인의 선택 차원에 내맡겨진 듯합니다. 이건 어떤 정책이나 입장이 형성되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이단 문제에서는 교류금지를 비롯한 행동준칙이 있고, 이를 어기지 않도록 경계하고 책벌하지 않습니까?

세습 문제가 교단에서 법으로 금할 정도라면 성도들이나 목회자들이 이를 행한 교회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도 유권해석을 하고, 공식적 입장을 정해주어야 합니다. 물론, 여기서 법 이전에 세습한 교회들, 법 이후에 세습한 교회들 등 사정이 나뉘겠지요. 하여튼 도의적 책임을 지든, 무슨 벌금을 내든, 원인무효로 되돌리든, 이 상황을 정리할 소급입법이나 정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왜 정서적 부담을 성도들 개인의 것으로만 돌려놓습니까? 공적 기관들은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

 

글쓴이 양희송 대표는, 청어람 ARMC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ARMC는 Academy, Research, Mission&Movement, Communications를 뜻하며, 청어람의 중심 가치를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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