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고통 이면에 계시는 사랑의 치료자 하나님의 손길
인간의 고통 이면에 계시는 사랑의 치료자 하나님의 손길
  • 김영웅
  • 승인 2018.11.11 10: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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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S. 루이스, '고통의 문제', 홍성사, 2002
C. S. 루이스, '고통의 문제', 홍성사, 2002
C. S. 루이스, '고통의 문제', 홍성사, 2002

 그러므로 고통을 마주하게 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선하심을 신뢰하고,

그가 치료하시는 사랑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아야 합니다.

"하나님이 선하시고 전능하시다면 왜 피조물들의 고통을 허락하시는가?" 이 물음은 하나님의 선함과 전능하심에 대한 의심을 유도하며, 신정론과 함께 아주 오래된 질문입니다. 루이스는 고통이 일으키는 이러한 지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책, '고통의 문제'를 썼다고 합니다. 그의 날카로운 변증이 잘 드러나 있는 이 책은 고통의 문제를 바로 다루기 위해 먼저 기독교의 기원을 살펴보고,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선하심에 대한 깊은 이해를 돕는 설명에 이어 인간의 악함과 타락에 대하여 고찰한 후, 마지막으로 고통의 의미를 풀어주고 있습니다. 비록 술술 읽히진 않지만, 텍스트 속에 담겨있는 그의 명징한 논리는 이를 이해한 독자의 마음을 시원케 해줄 것입니다.

루이스는 서론에서 "이 세상에서 벌어지는 사건들로부터 창조자의 선함과 지혜를 유추해 낸다는 것은 어느 시대에나 불합리한 일이었을 것이며, 실제로 그런 일이 시도된 적 또한 한 번도 없었다"고 말하면서 피조물인 인간의 이해도에 한계를 설정합니다. 그런데도 기독교는 "우리 눈에 보이는 우주가 지혜롭고 선한 창조자의 작품"이라고 믿어왔습니다. 그러므로 고통은 어쩌면 이성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우주와 생명의 기원이 창조라고 믿는 믿음을 가진 인간, 즉 실제로는 날마다 고통스러운 세상을 경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인 실재는 우리를 사랑하시는 의로운 존재'라고 믿는 사람들인 그리스도인들에게 의미를 가질 수 있으며 비로소 '문제'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인들에게 하나님의 전능하심은 불변의 진리입니다. 그러나 그 전능의 의미는 '아무 말 잔치'에서처럼 무의미한 단어들을 조합해 놓고 그 앞에 'God can'이라는 말을 붙인다고 해서 탄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기서 루이스는 "하나님이 전능하시다는 것은 내재적으로 가능한 일이라면 무엇이든 하실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지, 내재적으로 불가능한 일도 하실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하며, "하나님은 기적을 행하시는 분이지 말이 안 되는 일을 하시는 분이 아니며, 이것은 그의 능력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말합니다. "불변하는 법칙과 인과적 필연성에 따른 결과 및 전체 자연질서는 일상의 삶을 제한하는 한계인 동시에 그런 삶을 가능케 해 주는 유일한 조건"이기도 하므로, "자연질서 및 자유의지와 맞물려 있는 고통을 배제한다는 것은 삶 그 자체를 배제하는 것"과 같습니다.

덧붙여, 피조물들이 자유의지를 잘못 사용할 때마다 매번 하나님이 개입해서 바로잡아 준다면, 자유의지를 피조물들에 허락하지 않은 것과 다를 게 없다는 논리도 가능해집니다. 다시 말해, 하나님은 하나님이 우리 인간에게 부여하신 자유의지를 박탈하시면서까지 고통을 제거해주시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나님의 전능하심은 하나님의 선함을 기초로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의 선함은 사람들에게 너무나 많이 오해돼 왔습니다. 루이스는 이 부분에서 "오늘날 하나님의 선함은 거의 예외 없이 사랑이 많다는 뜻으로 이해되고 있다"고 말하면서 문제를 하나 제기하는데, 그것은 "우리 대부분이 이 문맥의 사랑을 친절로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기독교의 사랑은 단순한 친절을 넘어서는 것입니다. "

기독교에서 하나님이 인간을 사랑하신다는 말은 우리에게 무관심한 나머지 사심 없이 우리의 복지에 신경 쓰신다는 뜻이 아니라, 두렵고도 놀라우며 참된 의미에서 우리를 사랑의 대상으로 삼으셨다는 뜻입니다. 꾸벅꾸벅 졸면서 여러분이 그 나름대로 행복해지기를 바라는 연로한 할아버지의 인자함이나 양심적인 치안판사의 냉담한 박애주의, 손님 대접에 책임감을 느끼는 집주인의 배려로서가 아니라, 소멸하는 불로서, 세상을 창조해 낸 사랑으로서, 작품을 향한 화가의 사랑처럼 집요하고 개를 향한 인간의 사랑처럼 전제적이며 자식을 향한 아버지의 사랑처럼 신중하고 숭고하며 남녀의 사랑처럼 질투할 뿐 아니라 꺾일 줄 모르는 철두철미한 사랑으로서 여기 계십니다."

인간이 선하다면 위와 같이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선하심에 대해 별다른 이해가 필요치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인간은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선하심을 자기 유익의 수단으로 이해하고 이용해버릴 만큼 악한 존재입니다. 인간의 전적 타락 교리를 동의하지 않는 루이스에게조차 인간의 악함은 그의 변증의 기본 전제로 깔려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전적 타락 교리를 받아들이건 말건 간에 인간은 악함은 기정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악함의 이유는 인간이 타락했기 때문이라는 교리에 들어 있습니다. , 하나님이 처음부터 그렇게 만드셨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이 자유의지를 오용하여 스스로 이런 모습을 초래했다는 교리입니다.

이 부분에서 루이스는 "인간의 타락은 단지 죄라는 획득형질을 얻은 사건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하나님이 결코 만드신 바 없는 새로운 종이 죄로 인해 탄생한 것"이라고 강조합니다. "인간은 하나의 종으로서 스스로 부패했으며, 따라서 지금 이런 상태에 있는 우리에게 선이란 본질적으로 우리를 치료하며 바로잡아 주는 선을 의미합니다." 이처럼 우리를 치료하고 바로잡는 부분에서 고통이 실제로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고난, 고뇌, 시련, 역경, 곤란과 같은 의미인 고통은 하나님의 치료 손길에서 인간에게 필연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는 현상입니다. 하나님은 인간이 선해지고 행복하길 원하십니다. 이를 위한 유일한 방법은 피조물에 합당한 선이며, 그것은 곧 자신을 창조자에게 양도하는 것입니다. 인간의 타락으로 인한 악함은 죄를 낳았고 그 상태는 자기중심적인 나르시시즘입니다.

"하나님의 치료가 우리에게 고통스러울 수밖에 없는 이유는 우리가 너무나 오랫동안 자기 것으로 주장해온 의지를 되돌려 드리는 일이 본질적으로 가혹한 고통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루이스는 말합니다. "하나님은 쾌락 속에서 우리에게 속삭이시고, 양심 속에서 말씀하시며, 고통 속에서 소리치십니다. 고통은 귀먹은 세상을 불러 깨우는 하나님의 메가폰입니다."  "하나님의 메가폰으로써 고통이 혹독한 도구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그 고통은 반역한 인간에게 개심할 유일한 기회를 제공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고통은 반항하는 영혼의 요새 안에 진실의 깃발을 꽂습니다." '고난으로 말미암아 온전케 하심'이라는 기독교의 교리는 예나 지금이나 언제나 유효한 진리입니다.

"고통의 유익은, 고난받는 당사자는 하나님의 뜻에 복종하게 되며 그의 고난을 목격한 사람들은 동정심을 품고 자비로운 행동을 하게 된다는 데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고통의 선한 열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에게 주어진 자유의지를 이용해 자신의 반역을 회개하지 않는 자들이 있습니다. 구속되지 못할 이들에겐 응보적 결과로 지옥이라는 장소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들은 저주받은 자들로서 최후까지 반역에 성공한 자들이며, 영혼이 선에 이를 수 있는 유일한 길인 자기 포기의 영역에서 첫 단계조차 밟으려 하지 않을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스스로 요구한 무서운 자유를 영원히 누린 결과 자아의 노예가 됩니다. 그러나 축복받은 자들은 영원히 순종에 무릎을 꿇음으로써 영원무궁토록 자유롭고 더 자유로운 존재가 됩니다." 끊임없이 자기 드림을 실행함으로써 하나님과의 연합을 이루게 됩니다. 그리고 그곳이 바로 천국입니다.

타락으로 악해진 인간을 치료하시려는 하나님의 사랑의 손길이 스치는 곳에 인간의 고통이 발생합니다. 루이스에 의하면, "고통은 모든 악 중에 유일하게 살균 소독된 악입니다. 고통에는 그 본성상 증식하는 성향이 없으므로 고통이 끝났다면 자연스럽게 기쁨이 뒤따라오게 되어 있습니다."  그러므로 고통을 마주하게 될 때 우리는 하나님의 전능하심과 선하심을 신뢰하고 그가 치료하시는 사랑의 손길을 거부하지 않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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