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학 덕후 현상
신학 덕후 현상
  • 옥성득
  • 승인 2018.07.02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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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狂의 등장

요즘 청소년/청년들은 nerds(광) 아니면 geeks(괴짜)이다. 사교성이 적어서 말이 적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많지만, 똑똑하고 남을 배려하며 공동체를 위한 재능 기부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고, 어떤 분야를 꾸준히 공부하여 자신의 세계를 나름대로 구축해 가는 nerd(덕후)들이 늘어나고 있다. ('덕후질'처럼 비하할 때도 있다.) '덕후'란 한 가지 분야에 빠져서 미친 듯이 파고 드는 자이다.

신학 덕후(德厚)와 괴짜의 등장

1970-80년대 한국 기독교의 급성장과 1980년대 출판 문화의 폭발적 성장으로 기독교 출판사들이 우후죽순처럼 세워졌다. 이 출판사들은 동일하게 우후주순처럼 세워진 수 많은 신학교들의 학생들과, 제자훈련과 성경공부로 성장한 중대형교회의 평신도들에게 필요하고 어필하는 기독교서적, 경건서적을 찍어내기 시작했다. 특히 중대형교회 담임목사의 설교집은 여러 출판사를 살려나갔다. 평신도용 신앙안내서, 기독교 소설, 간증집 등이 베스트셀러가 되자 사업이 된다고 판단한 1인 발행인 기독교 출판사들도 등장했다. 

2000년대를 지나면서 성장한 이들 평신도 가운데는 의사나 교사나 변호사 등 전문가들이 많았고, 이들은 목사의 권위주의나 천편일률적인 설교에 만족하지 못했다. 그들은 성경공부 때 활용하던 간단한 주석 대신 본격적인 주석서들을 읽기 시작했고 관련된 신학서적까지 독서의 폭을 넓혀나갔다. 단순한 경건 서적은 그들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다. 그래서 매주 한 권 정도의 전문 신학서적을 독파해 나가는 신학 덕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사실 덕후 1세대는 1980년 전후에 등장했다. CCC 등 대학 캠퍼스 전도 운동이 활발하던 1970년대 일군의 지적인 대학생들이 "평신도 신학"과 새 찬양 운동을 전개하고 반독재운동까지 참여했다. 1980년대는 운동권의 시대였고 사회과학 (대개 좌파) 서적의 시대였다. 기독교 청년들도 해방신학, 민중신학, 흑인신학 등 자유주의 신학 서적을 읽었다. 
        
현재의 2세대 신학 덕후는 40-50대 전문가들이 많다. 시간에 여유가 있는 이들이 실천적 신학보다는 지적 만족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 
 
제3세대 신학 덕후에 대한 기대

신학생들이 신학교에서 별로 독서하지 않고, 목회 현장에 나가면 목회에 치여 책을 읽지 않아 점점 지성적인 기독교인이 될 가능성이 적었다는 점에서, 2000-2020년 20년간 반지성적인 목사들이 가나안 성도와 평신도 신학 덕후를 양산했다. 또 다른 요인은 양산한 신학교 졸업자 들 중에 목회로 나가지 않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이들이 늘었다는 점이다.

이제 30-40대 가나안성도 가운데 등장할 제3세대 신학 덕후가 한국교회에 새로운 신학, 목회, 교회의 가능성을 던져주지 않을까? 이 부분은 다음에 쓸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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